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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제라르 뱅데]굶느냐, GMO냐

입력 | 2008-05-02 02:59:00


프랑스에서 유전자조작식품(GMO)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식량 부족이 세계적 문제로 떠오른 요즘 GMO 재배를 제한하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식량 부족 사태를 매우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 아이티나 우간다 말리 같은 최빈국에서는 식량 부족으로 소요사태가 일어났다. 아프리카뿐 아니라 북한을 포함한 아시아, 중남미 아메리카, 심지어 몰도바 같은 유럽 국가도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37개국이 긴급 식량 구조가 필요한 상태라고 밝혔다.

식량 위기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세계화로 신흥국가에서 중산층이 등장하면서 식생활이 바뀌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인도에서 고기와 식용유 소비량이 크게 증가했다. 오늘날 미국인은 한 해 식용유 25L와 고기 84kg을 소비한다. 중국인도 이에 못지않은 식용유 17L와 고기 58kg을 소비한다.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사료가 필요하고, 사료를 생산하려면 식량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로 인한 사막화와 홍수도 곡물 수확량을 감소시키고 있다.

바이오 연료도 주요 원인이다.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는 데 엄청난 양의 옥수수가 사용되고 그만큼 식량은 줄어들게 된다.

페터 브라베크레트마테 네슬레 회장은 “증가하는 석유 수요의 20%만 바이오 연료로 충당하려 해도 먹을 것은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 바이오 연료 생산에 경종을 울렸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도 “우리가 자동차의 연료통을 채우는 데 몰두하는 동안 세계의 수많은 사람이 배를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프랑스의 GMO 논란은 비이성의 극치를 달리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찬반 양편에 서서 10년 넘게 싸워 왔지만 이들이 정책결정자나 여론에 GMO의 위험과 혜택을 얼마나 제대로 알렸는지 의문이 든다.

GMO가 인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연구는 해석하기 쉽지 않다. 한편이 한 가지 해석을 내리면 즉각 반대편이 그 해석을 비판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2020년까지 80억 명 이상을 먹여 살릴 해법을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유전공학은 인류에게 기회다. 세계적으로 곡물 수확량의 절반이 경작이나 저장 과정에서 해충의 공격이나 감염 등으로 사라지고 있다. 특히 최빈국에서 손실률이 가장 높다.

GMO는 이런 손실에 대해 저항력이 크다. 유전자조작식물이 자연 상태의 식물보다 더 위험한지를 따져보고자 한다면, 인류가 농업 생산을 시작한 이후 종자와 경작 방식을 능동적으로 선택해 식물의 유전자를 끊임없이 변형시켜 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경작하는 쌀이나 밀은 조상들이 1만 년 전 처음 농사를 시작했을 때 경작했던 원시적 쌀이나 밀과 전혀 다르다. 오늘날의 모든 농작물과 가축은 선택과 조작의 결과다. GMO에 새로운 점이 있다면 이런 조작의 결과가 빨리 나온다는 것일 뿐이다.

GMO의 연구와 개발로 인류가 배고픔을 면하게 될 날이 오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GMO는 중소 자영 농민을 파산으로 몰고 가는 대규모 농업의 확산도 제한할 수 있다. 비료가 덜 필요하고 물을 덜 소비하며 해충에 대한 내성이 더 강한 식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앞으로 나아갈 때만 해법이 보이기 시작한다. GMO 연구개발을 해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은 언제나 후퇴를 뜻한다.

제라르 뱅데 에뒤프랑스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