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 올림픽 성화가 서울에 온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앞. 오성홍기를 몸에 두른 채 일대를 뒤덮은 중국 유학생들은 하나같이 ‘올림픽 정신’을 이야기했다. 안양대에 재학 중이라는 첸다싱 씨는 “티베트인들이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올림픽은 스포츠 행사지 정치 행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중국 단둥 출신으로 명지대에서 한국문학을 공부하고 있는 왕디 씨는 “성화 봉송은 전 세계에 올림픽 정신을 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동조하는 한국인도 있었다. 중국인 아내를 둔 한국인 사업가라고 밝힌 가브리엘 김 씨는 “올림픽은 정치 문제와 별개다. 인권 문제는 인권 문제로 풀어야지 올림픽을 이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반대의 시각이 존재했다. 탈북자 인권운동을 펼쳐 온 미국인 인권운동가 팀 피터스 씨는 “우리는 단지 탈북자 문제 혹은 티베트 인권 문제만 거론하려고 모인 것이 아니다”며 “중국은 수단, 짐바브웨 등 인권을 탄압하는 여러 나라를 지원하고 있다. 올림픽은 모든 인류애와 평화를 증진하려는 인류의 축제다. 중국은 올림픽을 개최하기 전에 인권 향상을 위한 노력을 먼저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던 중국 유학생들은 ‘티베트는 영원히 중국 땅이다’ ‘하나의 중국 하나의 꿈’이라는 정치구호와 문구를 휘날렸다.
중국의 인권 탄압에 항의하는 단체들은 “인권 없이 올림픽 없다”고 외쳤다.
고대에는 올림픽 기간에 전쟁을 멈췄다. 근대 올림픽 창시자인 피에르 쿠베르탱도 올림픽이라는 인류의 잔치가 전쟁을 막는 데 기여하리라 믿었다.
그러나 티베트인들은 올림픽 기간 자살 폭탄 테러까지 경고하고 나섰고 중국도 강경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올림픽 정신’이란 스포츠를 통한 삶의 질 향상과 국제 평화 증진이다. 그런데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는 반대로 긴장이 높아만 가고 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