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면 언제 올라요? 까마귀 머리가 희어지면 올라요? 말머리에 뿔나면 올라요?”
몽룡에게 야속한 마음을 호소하는 춘향이는 떠나는 연인을 향해 황당한 말이라도 건네며 잡아보려 한다. 이도령을 기다리는 춘향이는 사랑을 실현하려는 욕망이 누구보다 강한 욕심 많은 캐릭터다. 절대 연약하지 않다. 몽룡에게 성깔을 부리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다. 5월 5일부터 5월 10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창극 ‘춘향’은 이렇듯 젊고 자기 욕구에 충실한 춘향이를 보여줄 예정이다. 원전을 그대로 살리면서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춘향이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김효경 연출가는 “과거의 사랑이 결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랑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꼿꼿한 절개’를 지키던 여인의 모습보다 ‘웃찾사보다도 더 재미있는’ 춘향이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게 이번 공연의 핵심이다.
춘향은 2006년부터 국립창극단이 창극의 대중화 작업을 시도해온 ‘창극 시리즈’ 중 하나다. 심청이를 주제로 한 ‘십오세나 십육세 처녀’, ‘청’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이다.
유영대 예술감독은 “젊은 세대도 즐겁게 볼 수 있도록 많은 볼거리를 준비했다”고 말한다. 국립창극단 단원들은 양주별산대놀이와 봉산탈춤, 아크로배틱까지 배우며 연습에 한창이다.
영상세대를 위해 주인공의 심정과 배경을 무대 위 영상으로 표현한다.
쉽게 알아들을 수 없는 한자어나 고사성어는 쉬운 한글로 바꾸고 곧장 웃음이 터질 수 있도록 했다. ‘춘향’은 2003년 판소리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고전의 가치로서 뿐만 아니라 현대의 감각에 어울리는 예술양식으로 새로운 공연을 기대해볼 만하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