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선수들은 1일 우리전을 앞두고 라커룸에서 TV를 통해 대통령배고교야구 경북고-경기고의 준결승전을 관전하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그럴 만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경북고 출신의 배영수와 경기고 출신의 오승환이 서로 모교를 응원하다 “누가 이기는지 내기하자”로 발전한 것. 거금 10만원이 걸린 내기였다. 그러자 대구상고(현 상원고) 출신 양준혁도 오승환에게 “나도 경북고가 이긴다에 10만원 걸겠다”고 나서 판이 커졌다. 오승환으로서는 경기고가 이기면 20만원을 ‘꿀꺽’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경기고가 패하면 20만원이 날아가는 모험. 경북고가 4회 3점을 뽑으며 앞서나가자 양준혁과 배영수가 시끄러워졌다. 그러나 배영수가 훈련을 하기 위해 휘파람을 불며 그라운드로 나간 사이 경기고가 후반에 4-3 역전에 성공. 양준혁은 6회 역전당할 때 “거기서 승부하면 우짜노”라며 고함을 치고 역정까지 냈다. 오승환은 뒤에서 슬며시 미소만 지었다.
4-3 경기고의 승리로 끝나자 양준혁은 머리를 감싸쥐고 씩씩거리며 10만원권 수표 한 장을 오승환에게 던지다시피 했다. ‘돌부처’ 오승환은 좋은 듯, 미안한 듯 얼굴이 빨개지더니 아무 말 없이 냉큼 돈을 주워갔다.
배영수는 그라운드에서 뒤늦게 소식을 접한 뒤 “진짜 역전됐어요?”라고 놀라더니 두눈으로 확인해야겠다는 듯 쏜살같이 라커룸으로 달려갔다.
애교심과 애향심이 뒤섞인 뜨거운 한판 승부였다. 그 열기에 외국인선수 제이콥 크루즈와 웨스 오버뮬러도 흥미진진하게 TV에 시선을 고정시킬 정도였으니…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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