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고급레스토랑 대부분 미국산 사용
■미국산 쇠고기 둘러싼 오해와 진실
《'미국에선 애완동물 사료로도 금지하는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를 돈 주고 들여온다.'
'미국 59만 명이 광우병 추정.'
'미국인들도 자기네 고기먹기 두려워 호주산수입.'
'역사 이래 전 세계에서 미국 쇠고기 뼈 붙은 것까지 수입한 나라는 없음.'…
요즘 한국 인터넷과 시중에 떠도는 미국산 쇠고기 관련 '정보들'의 일부분이다.
과연 그 가운데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본보는 1일 워싱턴의 국제무역 전문가 2명과 싱크탱크 연구원 등 3인에게 한국에서 떠도는 미국산 쇠고기 관련 소문들을 알려주고 사실 여부를 물어봤다. 3인의 대답을 종합해 일문일답식으로 풀어본다. 보다 자유롭게 대답하기 위해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이들의 요청에 따라 익명 처리했다.》
―한국 정부는 월령 30개월 이상 소에서 광우병 위험 특정 물질(SRM) 7개 부위를 제외한 모든 부위를 수입키로 했다. 그런데 한국에선 "미국인들도 30개월 이상 소의 고기는 안 먹는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사실인가.
"미국 국내 유통 쇠고기엔 연령제한이 없다. 미국에선 올 2월 기준으로 한달에 9억kg 가량의 소가 도축됐는데 결과적으로 시중에서 소비되는 미국산 쇠고기의 95% 가량은 30개월 미만으로 추정된다. 종자소를 제외하곤 대부분 30개월 보다 훨씬 이전에 도축하기 때문이다. 물론 30개월 이상 소의 SRM은 유통될 수 없다. 한국이 수입하는 것도 SRM은 제외한 것이다."
―미국인들도 미국산 쇠고기를 꺼려해 호주에서 수입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패스트푸드 체인 등에서 햄버거 등을 만들때 호주산 수입 쇠고기를 쓰는건 사실이다. 그런데 이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으로 보인다. 호주 계열 스테이크 체인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상당수 가정에선 미국산을 선호하며,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스테이크용으로 미국산을 쓰는 걸로 알고 있다. 개인차이가 있고 상대적인 문제이겠지만 주변에서 광우병 우려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를 겁낸다는 사람을 만나 본 기억은 없다."
이와 관련해 취재진은 2일 워싱턴 일원의 M, L 등 주요 스테이크 레스토랑에 문의했는데 다들 미국산을 사용한다고 대답했다.
―한국 일각에선 미국 정부가 "30개월 이상 소는 애완동물 사료로도 쓸 수 없다"고 발표했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인가.
"식품의약청(FDA)의 지난주 발표내용을 오해한 것 같다. 미국은 1997년 동물성 사료를 소를 비롯한 '반추동물'에게 먹이는 걸 금지시켰다. 하지만 반추동물 이외의 동물에겐 동물성 사료를 쓸 수 있었다. 때문에 '교차감염' 우려가 제기됐었다. '광우병에 감염된 소로 만든 사료를 먹고 자란 닭이나 돼지를 재료로 만든 사료를 다시 소가 먹을 수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국제수역사무국(OIE)도 지난해 미국을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지정하면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이 때문에 FDA는 30개월 이상 소의 SRM은 애완동물이든 가축이든 동물 사료의 원료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한국 정부도 이번에 수입 제한을 풀면서 '사료금지조치의 강화를 연방관보에 게재하는 것'을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했다. 이번 FDA 조치는 2009년 4월 23일부터 시행된다. 사실 이번 FDA 조치는 유럽 등에 비해선 늦은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한 통상 관계자는 "30개월 이상 소의 SRM은 한국의 수입 개방 대상이 아니다"며 "이번 FDA 조치는 그 SRM을 애완동물 사료로도 쓸 수 없다고 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왜 미국은 그런 대목에서 유럽에 비해 느슨한가.
"유럽과 미국은 광우병 위험도가 크게 다르다. 유럽은 광우병 소가 1990년대 초 광우병 소가 연간 3만 건 이상 발생한 경력이 있다. 미국은 사육 두수가 1억 마리에 달하는데 지금까지 통틀어 총 3마리가 발견됐다. 그중 한 마리는 캐나다에서 들여온 종자소였다. 동물성 사료 금지조치가 실시된 1997년 이후 태어난 소에서는 광우병이 발견된 적이 없다. 그리고 유사사례들이 보고되기는 했지만 미국산 쇠고기로 인한 인간광우병(변형크로이츠펠트 야곱병) 환자로 최종 판명된 사례는 아직 없다."
―하지만 미국은 전수조사를 하지 않고 샘플조사만 하지 않나.
"사실이다. 전체 1억마리중 0.1% 정도만 조사 대상이다. 하지만 일어서지 못하거나 생체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고위험군 소를 대상으로 한다. 통계적으로 보면 국제기준에 비해 9배 이상 강력한 수준의 검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광우병 소를 걸러내지 못할 가능성은 남지 않나. 광우병은 잠복기간이 10년 이상 된다는데.
"10년 이상이라는 건 인간 광우병의 경우다. 40년까지 보는 학자도 있다. 하지만 소의 광우병 잠복기는 평균 4~5년(최장 8년)이다. 물론 쇠고기뿐만 아니라 모든 식품 유통에서 아주 작은 가능성의 위험까지 차단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서 사육되는 소 가운데 광우병에 걸린 소가 몇 %를 차지할지, 그리고 그 문제의 소가 검사에 걸리지 않고 도축될 가능성은 몇 %일지, 그리고 광우병에 걸린 소라고 해도 문제는 SRM이며 SRM은 무조건 폐기처분되는데, 그 SRM이 규정을 어긴 채 유통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세상일에서 100% 완벽을 말하긴 불가능하겠지만 그런 모든 것을 감안해 합리적으로 위험의 개연성을 판단해야할 것이다."
―30개월 이상 소의 고기나 뼈가 30개월 미만과 섞일 가능성도 있지 않나. 연령 감별은 어떻게 하나.
"이력추적이 안돼 있는 소는 치아를 통해 잇몸 상태, 치아 마모 정도를 수의사 매뉴얼에 따라 체크한다. 근육성숙도도 체크한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태어날 때부터 낙인이나 귀에 표식을 달아 이력추적을 하는 건데, 이는 전체 소의 20% 가량에 대해서만 이뤄지고 있다. 이력추적 시스템에선 일본은 물론 유럽보다 느슨한 게 사실이다."
―30개월 이상 소를 뼈까지 수입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고 하는데.
"그렇지는 않다. 현재 미국산 쇠고기 수출 대상 117개국 가운데 96개국은 SRM을 제외하곤 연령이나 부위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 경제소식통은 117개국이란 숫자에 큰 의미를 두지는 말아 달라고 부연했다. 상당수는 실제 쇠고기 교역이 미미한 국가가 상당수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일본 중국 한국 대만 등 메이저 수입국 가운데는 한국이 가장 먼저 제한을 푼 게 사실이다. 다만 이 문제는 어느 한 시점을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비교하기는 곤란하다는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지난 달까지만해도 한국은 뼈를 금지해지만 일본은 뼈까지 수입하고 있다. 물론 일본은 뼈를 많이 소비하지는 않는 식습관이다. 미국은 일본 중국 등에도 수입 제한을 OIE기준으로 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20개월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 일본은 법으로 일본산 쇠고기도 20개월 미만만 유통시키도록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일본은 전수검사 결과 34마리의 넘는 광우병 소가 발견됐다. 광우병은 인간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대목이 있는 질병이다. 동물성 사료를 먹인 경력이 있는 어느 나라도 그 위험에서 100%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한국이나 일본 모두 동물성 사료를 수입해서 사용했는데 한국에선 본격적인 광우병 검사가 없었던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농장 가운데 상당수는 매우 엄격한 관리를 통해 한우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은데 그런 소들에 대해 광우병을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도 없지 않은가. 결국 위험도에 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본다."
―식습관 상 한국은 내장, 뼈를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특히 더 위험하다고 하는데?
"모든 뼈나 내장이 위험한건 아니다. OIE 기준에 따르면 30개월 이상된 소의 뼈 가운데 척추, 척수와 가까운 등뼈가 위험하며, 내장 가운데는 회장원위부(소장 끝부분 2m 가량)만이 SRM이다. 그런 부위들은 미국에서도 폐기처분 대상이며 한국의 수입금지 대상이다."
―회장원위부가 한국인이 많이 소비하는 곱창 등에 섞여 들어가고, 등뼈살 위험 부위인 등뼈의 배근신경절이 갈비에 섞여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30개월 이상 된 소의 등뼈는 도축과정에서 척수를 제거한뒤 색소로 염색해 가공과정에서 제거한다. 육안으로도 검역이 가능하다. 배근신경절은 척수에서 나오는 신경조직을 말하는 것 같다. 등뼈 등에 남아 있는 고기를 물리적인 방법으로 회수한 '기계적 회수육'은 수입금지대상이다. 식품교역에서 어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30개월 이상 소 가운데 광우병 감염소가 있을 가능성이 몇 %일지, 폐기처분 규정을 어긴채 그 소의 SRM이 유통돼 다른 부위에 섞여들 가능성이 몇 % 될지 등에 대해 합리적 판단이 요구된다."
―일각에선 OIE의 공정성과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데?
"OIE는 1924년 국제협약에 따라 'Office International des Epizooties'란 이름으로 창설돼 2003년 'World Organisation for Animal Health' 확대된 국제기구다. WTO 산하로서 172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확실한 단서 없이 그런 시각이 제기된다면 국제사회라는 공동체 개념 자체를 인정하기 힘들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미국산 쇠고기를 안 사먹어도 라면 스프 등으로 접할 수 밖에 없어 광우병 위험에 누구나 노출된다는 우려도 있다.
"OIE 기준에 따르면 모든 뼈나 내장이 위험한 게 아니다. 라면스프의 재료로 미국 내에서도 금지되고 한국도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30개월 이상 소의 SRM 뼈가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판단해 달라."
―일어서지 못하는 소를 강제로 도축장으로 내모는 동영상에서 보듯 미국의 검역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내 검역 체계가 완벽하지 못한 건 사실이다.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일어서지 못하는 소 도축 동영상' 사례는 미국에서도 충격적으로 받아들였고 당시 세계 언론들이 모두 보도한 사례다.(본보 2월 19일자 A 21면 참조). 제대로 일어설 수 없는 다우너병에 걸린 소들인데 그런 소는 광우병 감염우려가 상대적으로 더 높기 때문에 식용 도축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그걸 강제로 도축한 사례다. 그 소들이 광우병 소인 것은 아니지만 당국 조사 결과 그 회사는 정기적인 수의사 검진 등을 소홀히 했음이 밝혀졌다. 인간건강에 미칠 위험도는 2등급으로 높지 않았지만 전국적으로 리콜됐다. 감시의 소홀을 틈탄 허점이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폭로 동영상이 계기가 됐지만 결국 그 후의 처리과정은 미국의 관련 시스템의 메카니즘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 도축장 사례가 미국 검역의 위생도 전체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편 미국 내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에서 미국이 광우병 소굴인 것처럼 몰아가는데 대해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이번 한미 협상 자체에 대해선 한국민의 관점에선 일부 비판적 평가가 나올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협상이 좋게 표현하면 OIE 기준을 거의 100% 받아들인 전향적인 협상이고, 비판적으로 말하면 '좀 더 지켜도 좋았을 것'까지 내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OIE 기준상 문제가 없다고 해도 30개월 이상 소의 내장까지 포함시킬 필요가 있었는지, 30개월 미만 소에 대해서는 SRM 기준을 2개 부위로 줄인 것 등을 지적하는 것이다. 한국 측의 검역 부담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한국이 협상 시작부터 불리한 위치였음을 지적했다. 2006년 가을 손톱 조각만한 뼈조각이 검출됐다고 수입물량 전량을 반송시킨 조치가 국제사회에서 한국 정부의 합리성에 대한 이미지를 결정적으로 훼손시켰고, 미국내의 쇠고기 수입업자 대변 정치인들의 '말발'을 세게했다는 것이다.
물론 뼈조각 파동이 없었어도 미국은 OIE 기준에 따른 전면 개방을 요구했겠지만, 2006년 당시 한국 측의 과잉 대응이 오히려 미국으로 하여금 '제한 전면 해제'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본질적으로는 별개의 사안인 쇠고기 수입개방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회 비준의 전제조건인양 당연시하는 동력이 됐다는 지적이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한나라 “국민들을 정신적 공황상태로 몰지 말라”▼
野 3 당 “검역주권 포기한 것” 장관해임안 검토
‘광우병 괴담’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빠르게 확산되자 한나라당은 “국민을 정신적 공황상태로 몰지 말라”고 강조했다. 반면 야권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까지 거론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인터넷과 지상파 방송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지나친 광우병 공포감이 퍼지고 있다. 야당과 일부 언론은 국민 불안을 야기하는 왜곡된 광우병 공세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안 원내대표는 “일부 민주당 의원이 국회 상임위에서 한국인의 유전자 구조가 취약해 95%가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는데 무엇이 근거인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미국 쇠고기를 먹는 사람은 실험동물과 같다는 소비자단체 관계자 말을 인용했는데 그러면 미국인 3억 명은 실험동물이냐”며 “한국인의 유전자가 광우병에 취약하다면 매년 한국인 1000만 명이 미국 유럽으로 여행을 가는데 이들이 먹는 햄버거와 스테이크는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를 갖고 반미, 반이명박 투쟁을 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TV가 특정한 의도를 갖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쏟아내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민주당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지금은 ‘미친 소 비상정국’이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광우병은 전염병이 아니다’ ‘주저앉은 소 동영상은 동물보호단체에서 찍은 것이고, 그 쇠고기가 리콜된 것은 광우병 때문이 아니다’라는 황당한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정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는 또 “쇠고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17대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은 어렵다는 컨센서스(합의)가 형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쇠고기 협상을 국민투표에 회부해 국민 심판을 받을 것을 제안한다”며 “쇠고기는 외교 문제인 동시에 검역 주권을 포기한 국가 안위에 관한 문제이며 국민 건강권과 보건권을 위협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대통령 탄핵 인터넷 서명으로 사이버 민란이 일고 있는데 여권은 광우병 여론을 정치논리로 몰아세우고 있다”고 비판했고, 창조한국당은 “쇠고기 협상 책임자를 모두 가려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회 농림해양수산위는 이날 ‘쇠고기 청문회’ 증인으로 정 장관 등 7명을 채택하기로 합의하고 정부에 명단을 전달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