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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박시룡]우포늪 따오기 복원 쉽지 않다

입력 | 2008-05-05 02:59:00


10월 경남 창원시 람사르총회를 앞두고 경남 창녕군 우포늪에 따오기 복원운동이 일고 있다. 이미 민간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 정부에 건의해 현재 중국 정부로부터 한 쌍 기증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따오기는 우리 동요에도 등장할 정도로 아주 친근한 새다. 그런데 이 새는 이미 국제적으로 매우 희귀한 새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실제 1981년 중국에서 재발견되기까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줄만 알았다. 중국은 야생에서 7마리를 잡아들여 인공번식을 통해 지금 1000여 마리로 증식시켰다. 일본은 니가타(新潟) 현 사도(佐渡) 섬에서 텃새로 살았지만 1973년 완전히 사라졌다. 곧바로 일본은 민간단체와 정부가 앞장서 한 쌍을 중국으로부터 기증받아 현재 107마리로 늘렸다. 올가을 야생방사도 준비하고 있다.

한반도에서는 1978년 휴전선 비무장지대에 마지막으로 나타난 이후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따오기는 중국이나 일본과 다른 점이 있다. 두 나라의 따오기는 그곳에서 번식을 한 텃새였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겨울철새였다.

이번 창녕군의 따오기 복원은 철새를 텃새화한다는 계획이다.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복원의 참의미는 이미 없어진 곳에 되살리는 것인데, 철새를 텃새화하는 것은 생태학적으로 우리나라 생물권의 균질화(均質化·자국의 고유한 생물상이 외국과 동일해지는 현상)를 야기할 수 있다.

워낙 희귀한 새이기 때문에 생물권의 균질화를 잠시 접어두면 어떨까? 과연 따오기가 우리나라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살 수 없다. 완벽한 서식지를 만들어 주고 100마리를 증식시켜 방사시켰을 때 30년 이내 완전 사라진다. 알과 새끼 때 포식자에 의한 희생이 불가피하다. 그렇게 되면 숫자 감소는 분명해진다. 따오기 수명을 길게 잡아 30년으로 봤을 때 자연에 최후까지 남아있는 개체의 수명을 감안한 결과다.

따오기는 나뭇가지 위에 접시 모양의 조잡한 둥지를 짓는다. 이런 집의 형태는 포식자로부터 알과 새끼를 지켜내기가 무척 어렵다. 그렇다고 백로와 같이 집단번식을 해서 이런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종도 아니다. 단독성 번식 종이기 때문이다.

과거 따오기 문헌에는 번식 흔적의 기록이 나온다. 1886년 5월에 회색의 번식 깃(겨울철에는 흰색)을 가진 개체가 채집되기도 했고, 1900년 초 짓다 만 따오기 둥지의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것을 보면 겨울철 북쪽에서 도래한 따오기 중 일부가 번식을 시도한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정작 번식을 하지 못했던 것은 먹이보다 포식자로부터의 방어능력 부족으로 생각할 수 있다.

따오기의 부리 역시 포식자 방어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안으로 휜 긴 부리는 까치와 같은 토종 새들의 공격에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행동도 다른 조류에 비해 아주 느린 편이다. 그래서 영국의 C W 캠벨은 1892년 국제조류학술지에 한국 따오기를 쉽게 사냥꾼의 밥이 되는 멍청한 새로 표현했다.

일찍이 따오기는 이런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에서는 깊은 산간지역, 일본에서도 외딴 사도 섬이라는, 포식의 위험이 적은 곳을 택해 번식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적의 먹이 환경을 만들어 준다 해도 우리나라 생태계 적응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철새는 철새프로그램에 의해 복원해야 한다. 겨울철새를 텃새로 복원하는 나라는 아직 없다. 멸종위기에 처한 종 복원에 시민들의 참여는 바람직한 일이지만 지구의 자연 경제를 경영하는 데 있어 생물 종 보전은 아주 신중해야 한다.

박시룡 한국교원대 교수 동물행동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