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배구 GS칼텍스를 9년 만에 우승으로 이끈 이성희(41·사진) 감독. 최근 열린 프로배구 시상식에서 우승 감독상이 아닌 특별 지도자상을 수상했다.
시즌 초 병상에 누운 이희완 감독을 대신해 3개월간 사실상 사령탑으로 팀을 이끈 그로선 섭섭할 만도 했다. 하지만 그는 “팀은 이 감독님이 만든 것이고 난 팀을 잠시 끌고 간 것밖에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2003년 현대건설 코치로 있던 그에게 서울시립대 후배인 당시 GS칼텍스 박삼용(40) 감독이 “코치로 와 달라”고 부탁했다.
이 감독은 ‘그래도 내가 선배인데 후배 밑에서 일해야 한다니…’라고 생각하면서도 10년 넘게 친하게 지낸 박 감독이기에 흔쾌히 수락했다.
그는 수석코치를 맡은 뒤로는 공석은 물론 사석에서도 박 감독을 받들며 존댓말을 썼다. 자존심이 상할 법도 했지만 그는 기다렸다.
첫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2006년 박 감독이 사퇴하면서 감독 대행이 됐다. 주위에서는 ‘이 감독’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2개월 뒤 이희완 감독이 부임하며 다시 수석코치로 내려왔다.
실망스러웠지만 그는 또 기다렸다. 그리고 올 시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수석코치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5월 1일 그는 마침내 ‘감독’이 됐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