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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어루만지는 책 30선]절망이 아닌 선택

입력 | 2008-05-06 03:00:00


◇ 절망이 아닌 선택/디오도어 루빈 지음/나무생각

《“사람이란 완전할 필요가 없다. 오늘부터 당장 그대 자신을 좋아하기 시작해라.”》

삶을 파멸시키는 ‘자기 혐오’ 치료하려면

‘절망이 아닌 선택’은 독특한 책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신분석가인 저자가 실제로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던 경험을 고백하는 데서 시작한다.

인간이라면 불가능할 정도로 완벽하게 미화된 자기 이미지 탓에 저자는 자신의 실제 모습을 증오하고 이로 인해 우울증에 빠진 시절이 있었다. 이 때문에 이 책은 그 어떤 충고보다 울림이 크다.

인간은 누구나 현재 모습과 달리 앞으로 어떻게 됐으면 하고 바라는 이상적인 자기 이미지를 가진다. 이런 이미지와 현재의 거리가 그다지 크지 않다면, 의욕을 가지고 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차이가 너무 멀 경우엔 문제가 달라진다. 자신을 혐오하고 심지어 증오하며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저자는 자신이 걸린 바 있는 ‘자기 증오’라는 질병이 현대 사회에 만연해 있다고 경고한다.

자기 증오는 그 진단이 명백하게 내려지지 않는다고 해도, 여러 형태로 인간 사회에 나타난다. 완벽주의 자기비하 환상 등 다양하게 변주된 형태의 심리 상태가 마음을 갉아먹는다. 문제는 내버려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인간은 그걸 해소하지 않으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마음의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저자가 내리는 처방은 단순하다. 지금 당장 자기 증오나 혐오를 중단하고 스스로에 대한 ‘관용’을 키워 나가야 한다. 자기를 사랑해야만 이 질병은 나을 수 있다.

얼핏 뻔해 보이는 이 처방은 복잡한 단계를 거친다. 이 진단과 처방의 과정이 전체 4부로 구성돼 이 책의 내용을 이룬다. 먼저 1, 2부에서는 절망이 뿌리치는 선택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자기 증오가 어떻게 형성되고 인간을 괴롭히는지를 살핀다. 특히 매일 일상에서 자기 증오가 내재된 모습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핵심은 3부 ‘관용’이다. 관용의 진정한 의미와 형태를 바탕으로 해서 스스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순간, 세상과 타인에 대한 관용도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참으로 짧고 명쾌한 진리지만 얼마나 실천하기 어려운 말인가. 아울러 사회와 문화가 변해가며 인간에게 요구하는 것들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살펴보는 4부가 이어진다.

인간은 사회가 요구하는, 그리고 가족 등 주위에서 기대하는 것들을 통해 스스로를 투영한다. 그러한 기대와 요구에 못 미칠 때 인간은 힘겨워하고 하루하루 답답한 삶을 반복한다. 그렇게 자신을 증오하면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감정의 뿌리는 결국 사회의 생산성도 떨어뜨린다. 이 책은 일상 속에서 쉽게 빠져드는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자신을 냉정하게 비춰보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절망이 아닌 선택’은 서재 같은 곳에서 마음먹고 읽는 것보다 어디에나 가지고 다니며 자주자주 꺼내 보는 쪽이 어울린다.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에서, 잠깐 여유가 있는 점심시간에 읽는 게 제격이다. 일상에 숨어 있는 자기 증오의 그림자도 어쩌면 일상의 밝은 햇빛 속에서 훨씬 잘 드러나지 않을지. 구체적 사례들을 밝혀 가며 해결책을 찾고 있는 이 책은 현실과 대비시킨 실천이 뒤따를 때 진가가 더 높아진다.

탔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