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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괴담’

입력 | 2008-05-07 02:54:00


골든브릿지증권 사업중단에 “다음은 어디냐” 소문 무성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이 퇴직연금 사업자 중 처음으로 퇴직연금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금융권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다음은 어느 회사’라며 사업 중단이 예상되는 사업자의 실명(實名)을 거론하는 소문도 퍼지고 있다.

본보 6일자 A2면 참조 ▶ 퇴직연금 사업 첫 중단…가입자 피해 우려

국내 49개 퇴직연금 사업자 중 적립금이 100억 원 미만인 영세사업자는 모두 21곳이다.

그중 5곳은 아예 실적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적립금이 100억 원이면 수수료는 연간 1억 원 미만”이라며 “인건비는 고사하고 전산이용료와 경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흥국쌍용화재와 한화손해보험은 계약 건수가 한 건도 없으며 공시조차 그만둔 상태다.

2005년 12월 사업을 시작한 대구은행은 전담 직원 3명의 인건비와 공동 전산망 이용요금으로 매년 3억 원을 지출한다. 하지만 3월 말 현재 적립금이 173억 원에 불과해 3년째 적자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적립금의 0.9%를 수수료로 받고 있어 적립금이 500억 원이 되기 전까지는 계속 적자가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퇴직연금 사업자가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은 퇴직연금 적립금의 증가 속도가 더딘 반면 사업자는 지나치게 많기 때문.

전문가들은 2005년 12월 퇴직연금 도입 당시 2007년까지 10조∼30조 원이 적립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3월 말 현재 적립금은 3조2000억 원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준이라면 사업자는 10곳이면 충분하다”며 “금융 당국이 49곳이나 허가를 내주면서 사업 중단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손성동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실장은 “현재 모든 사업자가 적자를 내고 있다”며 “퇴직연금 납입금의 소득공제 범위를 넓혀 퇴직연금 가입을 유도하지 않으면 사업을 포기하는 사업자가 추가로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입자의 연금 수급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도 퇴직연금 확산을 막는 요인 중 하나다. 골든브릿지와 같은 퇴직연금 운용관리기관이 사업을 중단하면 해지수수료가 발생하고 운용상품을 바꾸면서 금리가 조정돼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또 퇴직연금을 지급하는 자산관리기관이 사업을 중단하거나 파산하면 가입자들이 납입한 돈을 떼일 수도 있다. 퇴직연금은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다.

류건식 보험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업자가 파산하더라도 예금자보호가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하고, 미국의 연금지급보증공사(PBGC)와 유사한 지급보증기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