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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어루만지는 책 30선]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입력 | 2008-05-07 02:54:00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김혜남 지음·갤리온

《“조언을 주는 것은 멘토지만 그 조언을 내 것으로 만들어 현실에 적용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멘토의 말이 나에게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도 그것이 전혀 새로운 말이 아니라 이미 내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던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멘토는 내 안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른 살’. 왜 서른일까.

저자가 서른이라는 나이에 대해, 그리고 그 나이대의 심리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서른이라는 나이가 심리학에서 “특별한 이름이 없는 무명의 나이”이기 때문이다. 서른이 된 사람이 느끼는 심리적 충격에 비해 사회는 서른을 인생에서 두드러지지 않는 존재로 본다. 일과 가정을 꾸리기 시작하는 데 여념이 없는, 그저 그런 나이로 본다.

그러나 저자가 보기에 한국의 서른 살은 특별하다. 외환위기 여파로 심각한 취업난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며 젊음을 소진한다. 예행연습도 없이 차가운 현실을 맞닥뜨려 방황하는, 현대 사회의 또 다른 사춘기다. 인생에 지침도 없이 스스로 사는 법을 배워야 하는 나이. 그 서른이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에 대해 정신과 의사의 시선으로 풀어낸 책이 ‘서른 살이…’이다.

특히 저자는 서른 살에게 강박처럼 지워진 ‘쿨’함에 집중한다. 쿨함은 21세기 한국 사회가 낳은 슬픔이자 딜레마다. 남들이 어떻게 볼까에 목숨 걸다가 자기만의 정체성을 잃곤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저자는 “스스로에게 팬이 되라”고 권유한다. 불확실한 현대 사회에서 자아를 찾으려면 자기가 자기 인생의 선택권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결국 문제의 해결방법이 ‘내면의 성찰’과 이어진다는 의미다. “마음속에 살고 있는 상처 입은 어린이가 고통을 반복하지 않도록, 울음을 멈추고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 든든한 보호막이던 부모의 품을 떠나, 권리보다 의무가 큰 시절이 왔음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더불어 심리적 욕망을 억누를 필요는 없지만, 적절히 통제하기 위해 스스로 끊임없이 노력할 시기라고 이 책은 충고한다.

많은 서른 살의 주요 고민 테마인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을 이어가는 의지와 노력은 각자의 몫이다. 저자가 볼 때 사랑은 열정적으로 ‘빠지고’ 온몸으로 ‘겪으며’ 그 테두리 속에 ‘머무르는’ 하나의 여행이다. 실망과 좌절을 두려워하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누구도 완벽할 수 없듯 완벽한 사랑도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럴 때 사랑 역시 인간을 성숙시키고 인생을 완성시키는 계기가 된다.

인간은 언제나 그리고 순간순간,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간다. 때로는 두려움과 외로움에 떨기도 하고, 새로운 흥분과 기대를 느낄 때도 있다.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얻고, 참담한 인생의 굴곡에 빠지기도 한다. 그 모든 순간이 인생이라는 이름의 바다 위에서 펼쳐진다.

그런 의미에서 서른 살은 이제 막 바다에 뛰어들어 어디로 갈지 주저하고 갈등하는 외로운 항해사다.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누구를 함께 태울 것인지 결정하는 시기다. 이 책은 그 외로운 항해 길을 도와주는 나침반처럼 세상을 살아가는 그들의 선택에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준다.

“당신은 언제나 옳다, 그러니 거침없이 세상으로 나아가라!” 서른은 아직 멈춰서 있을 나이는 아니다.

김선영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임상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