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의 통합우승으로 끝난 올 시즌 프로농구에는 유난히 눈에 띄는 신인이 많아 ‘신황금세대’라는 말이 나왔다.
그 가운데 김태술(SK) 양희종(KT&G) 이광재(동부)는 뛰어난 기량에 곱상한 외모로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24세 동갑내기인 이들은 연세대 03학번으로 절친한 동기지만 지나온 길은 달랐다.
연세대 시절 이들을 스카우트했던 최희암 전자랜드 감독에 따르면 김태술이 부산 동아고 2학년 봄에 맨 먼저 진학을 확정지었고 삼일상고 포워드였던 양희종은 몇 개월 후 결정했다. 용산고에 다니던 이광재는 고려대 유니폼을 입을 뻔했으나 아버지의 후배인 전창진 동부 감독이 최 감독에게 받아 줄 것을 부탁해 뒤늦게 성사됐다.
대학 시절 김태술, 양희종보다 출전 기회가 적었던 이광재는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도 지명 순위가 밀렸다. 김태술은 1순위, 양희종은 3순위로 뽑힌 반면 이광재는 7순위 지명을 받았다. 연봉도 김태술, 양희종은 신인 최고인 1억 원에 사인했지만 이광재는 1라운드에 지명 선수 10명의 평균 연봉 7700만 원보다도 적은 7000만 원을 받았다. 자존심이 상한 그는 눈물을 흘리며 언젠가 실력으로 인정받겠다고 다짐했다.
올 시즌 이들은 모두 당당히 주전 또는 식스맨으로 활약하며 정규리그 54경기 중 50경기 이상 출전해 나란히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하지만 팀을 6년 만에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며 신인상까지 받은 김태술은 6강전에서 양희종이 버틴 KT&G에 패해 탈락했다. 양희종은 팀을 창단 후 처음으로 4강까지 올려놓았으나 이광재가 기대 이상으로 활약한 동부에 패해 챔피언전 진출에는 실패했다. 결국 이광재는 줄곧 자신보다 한발 앞서 나갔던 김태술과 양희종보다 먼저 신인으로 우승반지를 끼는 영광을 안았다. 이광재는 “다들 열심히 했는데 내가 운이 좋았다. 앞으론 또 어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는 이들 ‘삼총사’는 엇갈린 행보를 보인 데뷔 시즌을 뒤로한 채 벌써부터 다음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