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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괴담’ 초등생까지 무차별 유포

입력 | 2008-05-07 02:54:00


‘17일 등교 거부’ 휴대전화 메시지 급속 확산

“아빠에게 광우병 물어봐라” 행동지침까지

“17일 무단결석 제재” 오늘 긴급 교육감회의

인천의 한 초등학교 4학년 백모(11) 양은 이틀 전 친구에게서 두 차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팔아먹었다’ ‘쇠고기 수입하면 한국은 망한다’는 내용이었다. 백 양의 부모는 딸의 친구가 인터넷에서 유포되는 유언비어의 일부 내용을 문자로 보낸 것을 알고 당혹스러웠다.

인터넷에는 한 초등학생이 이달 초 썼다는 ‘광우병’이라는 제목의 그림일기를 찍은 사진이 확산되고 있다. 이 일기에는 ‘이건 어떻게 알았니? TV로 본 걸까? 대통령이 OO보다 못한 것 같네’라며 일기를 쓴 아이를 칭찬하는 교사의 코멘트도 적혀 있다. 이 사진에는 ‘초등학생도 광우병의 위험성을 아는데 정부만 모르고 있다’는 댓글이 붙으며 정부를 공격하거나 조롱하는 용도로 유포되고 있다.

최근 물의를 빚는 각종 ‘사회적 괴담(怪談)’이 인터넷과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어린 학생들에게도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 중고교생은 물론 초등학생들도 인터넷 괴담이나 휴대전화 문자 괴담에 노출돼 왜곡·과장된 정보를 사실로 믿고 행동하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웹 포털인 야후꾸러기, 쥬니어네이버 등에는 ‘광우병 괴담’ ‘독도 괴담’ ‘인터넷종량제 괴담’ 등 이른바 5대 인터넷 괴담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들 글 가운에 상당수는 실제 초등학생이 올렸다기보다는 ‘정부정책이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감정적인 부분을 건드리기 위해, 초등학생을 가장해 만들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가 어린이를 위해 만든 사이트인 ‘어린이 청와대’에는 6일 초등학생 명의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관련해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이 한 시간에 1000여 건이나 올라왔다. 이 가운데는 ‘저 죽기 싫어요’라는 등의 제목으로 “우리는 미친 고기 먹고 싶지 않아요. 제발 우리 살려주세요. 아직 초등학교 졸업도 못했는데요? 벌써 죽고 싶지 않아요”와 같은 내용도 포함돼 있다.

내용 면에서도 유언비어 유포에서 더 나아가 ‘5월 17일 단체 등교 거부(또는 휴교)’ ‘×××브랜드 10일 동안 먹지 말기’ 등 구체적인 행동지침까지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아빠와 딸의 대화’라는 제목의 한 행동지침은 부모에게 “‘난 지금 광우병에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어요. 그런 내가 안심할 수 있게 아빠가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를 찾아 나를 설득시켜 주세요’라고 말하라”라고 종용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박모(45) 씨는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이 “광우병에 대해 설명해 달라며 이 행동지침을 내보이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대부분의 부모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할 것이고 그러면 아이들은 잘못된 편견을 실제로 믿게 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는 7일 긴급 시도교육감회의를 소집해 초중고교생 사이에 광우병 괴담이 유행하고 일부 학생이 집회에 참석하고 있는 등의 문제점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다.

교과부는 “‘5월 17일 초중고교 휴교설’이 근거 없이 퍼지고 청소년들이 대거 집회에 나서는 것에 대해 김도연 장관이 시도교육감과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면서 “17일 무단결석하는 학생은 학칙에 따라 제재하고, 각 시도교육청이 계기수업과 학생 지도 강화 등 구체적인 대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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