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축구협회가 이번에는 대한민국의 ‘안전대책’을 트집잡고 생떼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10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축구 아시아 3차 예선 남북전(6월22일)의 서울 경기를 제3국에서 치르려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6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손광호 북한축구협회 부위원장이 전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연맹 사무국을 방문, 모하메드 빈 함맘 AFC회장과 월드컵 3차 예선 6차전 등 여러 문제를 협의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회담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남북전의 경기 장소가 언급됐다는 점에서 대한축구협회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이다.
○자신들이 홈경기 포기했다고 남한도 포기해라?
이같은 북한의 행보는 3월 ‘평양에서 태극기를 걸고 애국가를 틀 수 없다. 대규모 응원단도 불가능하다’며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을 거부한 채 한반도기와 아리랑 연주를 고집, 끝내 평양 개최가 무산된 이후 결국엔 중국 상하이로 옮겨 남북전을 치른 것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 번의 연장선상에서 서울 경기 역시 제3의 장소에서 개최해야 한다는 억지 논리를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대한축구협회는 “북한이 어떠한 요구를 하더라도 우리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서울에서 경기를 치를 것이다”고 쐐기를 박았다.
북한의 요구는 FIFA 규정에도 위배된다. FIFA의 월드컵 경기장소 관련 규정에는 ‘월드컵 예선 경기장은 홈팀 협회가 정한다. 다만 FIFA가 검증한 경기장이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고, 덧붙여 ‘상대국은 경기가 열리기 3개월 전에 홈팀 협회로부터 통보받게 되어있다’는 규정이 명확하다. 분명한 것은 경기장소는 홈팀에게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불안전하다고 ?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은 4월에 이미 감지됐다는 것이 대한축구협회의 설명이다. 협회에 따르면,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은 공식 문서를 통해 “북한이 남한의 안전대책을 문제 삼고 있다. 구체적인 안전대책을 제시해 달라”고 협회에 요구했고, 협회는 “월드컵 대회 수준으로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답신했다. 이런 정황을 미뤄볼 때, 북한이 제3국 개최를 주장하는 핑계의 구실로 ‘안전문제’를 들고 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현 정부와의 냉각기류 등이 그대로 반영됐다고 볼 수 있는데, 정치와 스포츠는 철저하게 분리되어야 한다는 FIFA 정신에도 명백히 위배된다. 특히, 북한은 2000년 이후 각급 대표팀이 아무런 문제없이 남한에서 경기를 치렀다. FIFA U-17대회(2007), 남북통일축구(2005), 동아시아선수권(2005), 대구하계U대회(2003), 부산아시안게임(2002)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안전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그들의 불순한 의도로 밖에 풀이되지 않는다. 이번 문제에 대해 FIFA는 원칙대로 서울 경기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FIFA는 경기감독관과 심판배정까지 마무리짓고, 명단을 통보해왔다”고 귀띔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