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익스플로러토리움 들라코트 관장이 전시물을 시연해보이고 있다.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무술이’과와 ‘공주’과로. 무술이과는 말 그대로 성실해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할 뿐 아니라 늘 일을 찾아서 하는 이들이다. 자신의 존재가치가 일을 통해 얻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공주과는 늘 주인공을 지향한다.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어 가려는 무임승차는 기본, 일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 다른 사람이 일하는데 방해가 되기까지 한다.
흔히 직원들을 무술이나 공주로 분류해 이야기하면서 무술이가 많아야 조직이 발전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사실 조직 발전의 키는 최고 책임자가 지니고 있다. 그럼 최고 책임자는 무술이여야 할까, 공주여야 할까. 언뜻 생각해보면 공주 같을 수도 있지만 철저히 무술이여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을 섬기겠다’고 이야기하는 맥락도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자발적 무술이’를 선택했다는 말이다. 과학관을 책임지는 관장이 공주가 될 수 없는 이유는 자명하다. 그렇다고 이명박 대통령이나 과학관장이 수많은 무술이 중 한 명의 무술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책임자의 자세가 무술이라는 말이지 능력까지 무술이라는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사회에서는 경영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회사를 경영하는 것 뿐 아니라 인생 경영, 집안 경영, 조직 경영, 국가 경영까지. 경영은 관리나 운영과는 다른 의미가 담겨있다. 경영은 자력으로 살 방법을 도모하고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 현재는 물론 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함은 물론이다.
과학관하면 흔히 국가에서 지원하는 돈으로 잘 운영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큰 오산이다. 그렇다고 과학관을 무조건 민영화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과학관은 국가의 과학문화 숲을 조성하는 공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돈이 안 돼도 해야 하는 의미 있는 일이 많이 있는 기관이 과학관이다. 그렇더라도 과학관에는 경영 전략과 목표가 있어야 한다.
외국 과학관의 입장료 수익을 보면 규모가 큰 과학관(파리라빌레뜨 과학산업관)의 경우 10% 내외이고, 규모가 중간 정도(샌프란시스코 익스플로러토리움)인 경우는 25%내외다. 우리나라 국립과학관의 경우 5% 내외다. 전 세계적으로 과학관의 재정이 자립된 곳을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올해 말 개관하는 국립과천과학관의 재정자립도는 얼마로 책정하고 있을까. 국가가 지어줬으니 국가가 책임질까. 이것은 결혼할 때 집과 혼수를 부모님으로부터 받고 또 생활비도 탈 생각으로 출발하는 ‘캥거루족’이나 다름없는 생각이다. 캥거루족이 미래를 계획하고 치열한 삶속에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간다.
과학관이 재정 자립 목표를 갖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과학관을 경영하는데 필요한 예산 중 스스로 벌 수 있는 정도를 계획하는 일은 소비자의 만족도를 고려한 과학관의 역할을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드는 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립과천과학관의 CEO형 무술이 관장님께 묻고 싶다. “과학관의 재정 자립도는 몇%로 생각하고 계신가요?” 그런데 아직까지 과학관 관장님이 안계시니 과학관 문 열기 전에 경영계획이 제대로 수립될지 걱정이 앞선다.
장경애 과학동아 편집장 ka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