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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미래의 마이클 잭슨 휴대전화에서 뛰쳐나온다”

입력 | 2008-05-08 03:00:00

윌아이앰(앞)이 리더로 활약 중인 미국 힙합그룹 ‘블랙아이드피스’. 뒷줄 왼쪽부터 애플딥, 퍼기, 타부. 사진 제공 유니버셜


그래미상 3차례 받은 美 힙합 뮤지션 윌 아이엠 방한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로 어떻게 제2의 ‘마이클 잭슨’을 만드느냐. 이것이 지금 뮤지션이 고민할 일입니다.”

회색 중절모의 윌아이앰(33)은 연단에 오르자마자 휴대전화부터 들었다. 그는 “여기에 강연을 입력해 왔다”며 “미국 로스앤젤레스 게토 출신이어서 늘 갱들이 설치는 주변 환경에서 탈출하는 상상을 했고 그 힘이 바로 음악”이라고 말했다.

7일 오후 1시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 비스타홀. 프로듀서이자 힙합그룹 ‘블랙아이드피스’ 리더인 윌아이앰이 ‘엔터테인먼트, 상상의 최전선’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그는 강연과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미래 뮤지션과 음악의 방향, 엔터테이너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윌아이앰은 머라이어 캐리, 마이클 잭슨, 저스틴 팀벌레이크 등 톱스타들의 앨범에 참여했으며 그래미상도 3번 받았다. 그룹 ‘블랙아이드피스’가 현재까지 판매한 앨범은 2000만 장이 넘는다.

앨범을 낼 때마다 음반사들은 ‘성공할 것 같지 않다’며 퇴짜를 놓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늘 다른 걸 시도하길 원했고 뭔가 의미 있는 노래를 만들고자 했다”며 “음반사가 아닌 대중이 우리 음악을 평가해야 한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여러 음반사에서 제작을 거부당한 ‘웨어 이즈 더 러브’는 그 후 음악파일 공유 프로그램인 냅스터를 통해 퍼져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는 최근 또 한 번 히트곡을 터뜨렸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위해 만든 ‘예스 위 캔’이 유튜브에서 일주일 만에 1000만 건이 넘는 클릭 수를 기록한 것이다. 이 동영상으로 그는 ‘인터넷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웨비상(Webby Awards)에서 ‘2008 올해의 웨비 아티스트’로 선정됐다.

“‘예스 위 캔’은 전통적인 형식의 노래가 아니에요. 오바마의 연설을 랩으로 따와 멜로디를 입혔을 뿐 코러스도 없어요. 그런데 노래를 전파한 건 레코드 회사도, 어떤 캠페인도 아니었어요. 바로 대중이었어요.”

그는 “‘예스 위 캔’이 사실 온라인상의 불법 복제 덕분에 확산됐다”며 “이들을 소규모 디스트리뷰터나 프로모터로 불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 음악은 수년 전의 음악보다 훨씬 더 큰 영감과 상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며 “음악을 듣는 데 플레이 버튼만 있는 게 아니다. 요즘에는 30초짜리 짧은 노래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는 등 음악의 형식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엔터테이너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밥 말리를 통해서는 연합을, 스티비 원더에게서는 사랑을, 밥 딜런으로부터는 사회 운동을 배웠다”며 “연예인들의 사회활동이 진심인지, 유명해지기 위해서인지 알 순 없지만 중요한 이슈에 관심을 유발해 준다면 그 효과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재단을 설립해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음악을 통해 열악한 환경을 벗어났듯이 나와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나의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강의 주제인 상상력을 한마디로 정의해 달라고 하자 그는 “상상력은 도피처이자 내가 처한 현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상상력 덕분에 세상을 직시할 수 있고 저의 정신으로는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됩니다. 상상력은 저에게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면서 현재를 살게 하는 치료제예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