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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육정수]전투기 모의 공중戰

입력 | 2008-05-08 03:00:00


전투기끼리의 공중전에서 ‘5-3’의 정답은 2가 아니라 4다. ‘랜체스터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전투기 성능과 조종사의 기술이 같다면 아군 5대와 적(敵) 3대의 전력(戰力) 차이는 ‘5제곱(25)-3제곱(9)’에서 나온 16의 제곱하기 전 숫자인 4가 된다는 얘기다. 영국 과학자 랜체스터가 제1, 2차 세계대전 때의 전투기 공중전을 분석한 결과다. 전쟁에서 강자는 약자에게 그냥 유리한 정도가 아니라 압도적으로 우세하다는 얘기다.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22(일명 랩터)를 갖고 있는 미 공군은 2006년 알래스카 기지에서 ‘랜체스터 법칙’ 이상의 놀라운 실험성과를 거뒀다. 기존의 F-15, F-16, F-18을 상대로 모의 공중전을 벌인 결과 F-22가 144 대 0으로 완승했다. 기존 전투기들은 미사일을 한 발도 쏘지 못했을 뿐 아니라 F-22를 발견조차 못했다. F-22가 이 정도인데 미국 등 9개국이 공동 개발 중인 F-35(일명 라이트닝Ⅱ)가 나오면 어떻게 될까. 가공할 만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제5세대 전투기’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다음 달 군산공군기지에서 한-미 전투기들이 겨루는 모의 공중전이 벌어진다. 우리 공군의 F-15K와 미 공군의 F-16 20여 대가 참가한다. 조종사들의 기량과 연합작전능력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1975년부터 매년 미국 주도로 나토(NATO) 및 기타 동맹국의 항공기 수백 대가 참가해온 레드 플래그(Red Flag)훈련에 대비한 연습이다. 이 훈련은 6·25전쟁 때 10 대 1이던 미 공군의 격추율이 베트남전에서 2.2 대 1까지 떨어지자 시작됐다.

▷공중전의 우열을 가리는 데는 기름값도 영향을 미친다. 요즘처럼 고유가 행진이 계속될 때는 특히 그렇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연료가 부족해 비행훈련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우리보다 많은 전투기를 가졌지만 연료난으로 하루에 불과 몇 대밖에 띄우지 못해 주로 도상훈련에 의존한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우리로선 북의 도발에 신속히 대응하려면 연료만큼은 제대로 공급돼 충분한 비행훈련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