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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休&宿호주 시드니

입력 | 2008-05-09 02:59:00


열심히 일한 4050이여, 시드니의 ‘가을’로 떠나자

《열심히 일한 40, 50대 한국인, 떠나라. 어디로? 세계 3대 미항의 하나로 불리는 호주 시드니를 추천한다. 혼자도 좋고, 부부라면 더 좋다. 졸업 20주년 혹은 25주년을 맞은 중고교 동창 모임이라면 최고다. 자녀들은 잠시 잊고 직장 일도 눈 딱 감고 이번만큼은 일주일 이상 장기 휴가를 내라. 열심히 산 당신, 그 정도 휴가와 호사도 못 누리겠는가? 당신은 여전히 매력적이며 모험적이기까지 하다.

미국은 ‘자연’과 ‘모험’을 팔고 유럽은 ‘역사’와 ‘문화’를 판다. 그러면 호주는?

‘환경’과 ‘평화’다. 치안도 좋고 인종 차별도 없다. 그리고 지금은 한창 깊어가는 가을이다. 시드니 여행이라면 더 이상 그룹패키지 투어에 의존하지 말자. 당신의 높은 기대를 저버리기 때문이다. 대안은 자유여행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 관광청과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현지의 투어코디네이터 리처드 김(호주 0418-550-789)이 추천한 코스라면 적극 추천할 만하다. 그 여행길로 안내한다.》

○ 달링하버에서 꿈같은 낭만이 시작된다

시드니 여행길은 시작도 끝도 모두 시드니 항이다. 거기서도 중심은 ‘달링하버’(Darling Harbour)다.

특히 어뮤즈먼트 콤플렉스의 시드니 아쿠아리움(수족관)은 빼놓을 수 없는 코스.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 크라운피시도 볼 수 있다. 투명한 아크릴제 수중 터널 밖으로 펼쳐진 산호수중과 초대형 쥐가오리와 상어의 유영 모습도 볼거리다. 유리바닥 보트로 수중 비경을 감상하는 리프체험도 선보였다.

호주는 ‘가장 작은 대륙이자 동시에 가장 큰 섬’. 캥거루와 코알라는 오직 호주대륙에서만 사는 특별한 동물이다. 인근의 ‘와일드 라이프 월드’에 가면 캥거루 코알라는 물론 에뮤(타조처럼 생긴 새)와 더불어 희귀 조류, 나비 등을 볼 수 있다. 즉석에서 코알라와 기념사진(유료) 촬영도 한다.

이 로맨틱한 부둣가. 앞바다로는 ‘제트 블래스트 라이드’가 오갔다. 초대형 현수교인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를 시속 75km로 달리는 제트보트. 35분간의 질주는 스릴 그 자체다. 180도 회전에 개구리 점프까지. 제공된 비옷을 입어도 한바탕의 물벼락은 피할 수 없다. 산책 도중에 킹스트리트 워프(King Street Wharf) 부둣가를 지나다가 한 건물의 레스토랑을 찾았다.

이름은 ‘닉스 바 앤드 그릴’. 시푸드와 스테이크, 이탈리아 음식 등 다양하다. 그중에도 질 좋고 저렴한 호주산 비프스테이크(티본스테이크 600g에 3만1500원)는 누구나 좋아할 메뉴다.

○ 134m 현수교 오르며 미항의 진면목 감상

시드니의 밤은 그 자체로 ‘매직’(마술)이다. 그 마법에 걸린 항구의 야경을 감상하기에 ‘시드니 쇼 보트 디너 크루즈’만 한 것이 없다. 매일 오후 7시 30분 킹스트리트 워프를 떠나 오후 10시에 돌아온다. 젊은 연인들에게는 로맨틱한 데이트 코스로, 가족들에게는 생일파티 이벤트 장으로 인기다. 선상에서 카바레쇼를 보며 코스 요리로 저녁 식사를 한다. 팔등신 미녀들이 출연해 부채춤 등 세계 각국의 춤을 선보인다.

둘째 날 역시 시드니 항에서 하루를 보낸다. 시드니를 다녀온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아도 정작 미항의 진면목을 본 사람은 거의 없다. 왜냐면 ‘하버 브리지 클라이밍’을 하지 않고서는 볼 수 없어서다. 오페라하우스 앞 시드니 만(灣)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철제 아치형 현수교(하버브리지)를 등산하듯 오르는 것으로 목적지는 수면 위 134m 높이의 아치 꼭대기.

여기에 서면 시드니항과 주변 바다 풍광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매표소에 ‘환영합니다’라고 쓴 한글 안내문이 보일 만큼 한국인도 많이 찾는다. 위험해 보이기는 해도 실제 해보면 안전하다고 한다. 추락방지용 안전장치와 경험이 풍부한 가이드의 통솔이 있기 때문이다. 강풍이나 폭풍만 아니면 언제든, 고소 공포증만 없다면 누구든 오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멋진 풍경은 새벽과 낙조 때 펼쳐진다.

여기에 오른 유명 인사도 많다. 할리우드 스타인 로버트 드니로와 조디 포스터, 맷 데이먼, 윌 스미스, 영국 왕실의 해리 왕자와 미국의 앨 고어 전 부통령, 여자 테니스 세계챔피언 모니카 셀레스와 미국 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턴, 호주 출신의 여배우 니콜 키드먼과 100세를 맞은 여성 등반가 등이 그들이다.

○ 오페라하우스 공연 웅장한 울림 못 잊어

오페라하우스는 시드니의 얼굴이자 21세기 호주의 ‘문화적 기함(旗艦)’이라고 평가받는 명소다. 그런데 대부분 여행객은 그 겉모습만 보고 기념 촬영을 하는 데 만족한다. 그러나 이제는 거기 담긴 문화 콘텐츠까지 살펴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할 때가 아닐까. 그래서 티켓을 샀다. 콘서트홀(2700석)에서 펼쳐진 재즈 매스터 해리 코닉 주니어의 공연이었다.

그날 해리 코닉 주니어의 무대는 열정 그 자체였다. 공연도 좋았지만 그 멋진 건축에서 퍼져 나오는 소리의 울림 또한 기막혔다. 재즈가 전 연령층의 감성을 아우르는 음악임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한국인으로는 1999년에 패티 김이 여기서 공연했다. 이번 시즌에는 오페라 라보엠과 카르멘이 공연되고 있다.

일정 중 하루쯤은 항구 근방의 고급 호텔에 투숙해 보자.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36층 규모의 ‘샹그릴라 호텔 시드니’를 권한다.

옛 세관 건물을 개보수한 ‘카페 시드니’의 디너는 시드니항 투어의 하이라이트로 남을 만한 멋진 곳이다. 귓불을 간질이는 부드러운 바닷바람을 느끼며 즐기는 고급스러운 만찬. 당신이라면 충분히 누릴 자격이 있다.

시드니=오명철 전문기자 oscar@donga.com

:여행정보:

◇항공로=아시아나항공이 인천∼시드니 직항로 운항. 10시간 소요. 시차는 2시간.

◇환율=1호주달러가 900원 정도.

◇즐길 거리

▽어트랙션 △제트 블래스트 라이드 : 성인 65달러(이하 호주달러), 어린이(16세 이하·키 130cm 이상) 45달러, 4인 패밀리티켓 190달러(어른 2명+어린이 2명). www.sydneyjet.com.au

▽시드니 아쿠아리움: www.sydneyaquarium.com.au

▽와일드 라이프 월드: www.sydneywildlifeworld.com.au

▽시드니 쇼 보트 디너크루즈: 다섯 가지 향신료를 발라 구운 바닷가재에 계절 야채요리를 곁들인 음식 값은 1인당 125달러. 기념사진 촬영은 15달러. 한글 메뉴도 있다. www.sydneyshowboats.com.au

▽하버브리지 클라이밍(Harbour Bridge Climbing)=12명 단위로 조를 이뤄 가이드를 따라 아치의 정점을 오른다. 다리 점검을 위해 제작 때 미리 만들어둔 통로와 난간을 통해 오른다. 지상 교육(무전기 및 안전 확보장치 사용법)을 포함해 모두 4시간 소요. 가격은 시간대별로 다르다. ①평일 낮밤: 어른 220달러, 어린이 140달러 ②해질녘: 어른 270달러, 어린이 195달러 ③새벽: 어른 295달러, 어린이 195달러. 등정증명서도 발급한다. www.bridgeclimb.com

▽시드니오페라하우스=1973년 국제공모로 완공. 거대한 조가비 혹은 바람을 가득 안은 세일보트의 돛 모양 구조물 10개로 구성됐다. 겉은 타일(100만 개)로, 내부는 콘크리트와 나무로 장식됐다. 티켓 창구(남쪽)를 기준으로 왼쪽이 콘서트홀, 오른쪽이 오페라하우스. 세계 최대 규모의 파이프 오르간이 있고 음향 구조는 합창 공연에 최고다. 30분짜리 한국어 안내투어도 있는데 가격은 16달러. www.sydneyoperahouse.com

◇식사 △닉스 바 앤드 그릴(Nick's Bar & Grill): 바닷가재 78달러, 연어구이 필레 33달러, 티본스테이크(600g) 35달러. 키드메뉴는 13.50달러. www.nicksbarngrill.com.au △카페 시드니: www.cafesydney.com

◇숙박 △샹그릴라 호텔 시드니 www.shangri-la.com

▼호주의 대표축제 총출동

로열이스터쇼 흥미진진▼

혹시 내년에 호주로 자유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 3월 중순을 적극 권한다. ‘시드니 로열이스터쇼(Sydney Royal Easter Show)’ 때문이다. 이 쇼는 호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축제(장소 시드니올림픽콤플렉스)로 올해는 3월 20일∼4월 2일 열렸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축제 관계자는 꼭 한번 봤으면 한다. 삼겹살 굽는 냄새가 나지 않고 정체불명의 물건을 파는 어수선한 팔도장터에 축제장이 점령당하지도 않는 깔끔한 축제여서다.

오전 9시 시드니 중앙역. 기차는 25분 만에 행사장으로 데려다주었다. 행사는 다채로웠다. 꽃 정원 다듬기 쇼, 울 패션 수상작 퍼레이드, 마장 마술대회, 차력과 스턴트쇼, 통나무 자르기 대회, 양털 깎기 대회, 우유 짜기 대회, 가축 퍼레이드, 애완견 장애물 통과 경기 등등…. 포대 자루를 깔고 타는 미끄럼틀은 종일 붐볐다.

대형 돔에는 농수산물과 특산품 장이 섰는데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5개 지역의 대표적 특산 과일과 곡물로 그린 초대형 그림 앞에서는 입이 절로 벌어진다. 거기에는 럭비 경기와 농촌 풍경 그리고 토종 동식물이 조각그림 맞추기 형식으로 정교하게 들어 있었다. 즉석에서 사과 수박 초밥 연어 등을 사먹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시드니 로열 이스터쇼=www.eastershow.com.au

시드니=오명철 전문기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