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울상
끼워주기 중단도 영향… 장기화 조짐
《내수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우유 소비가 줄고 있다. 유(乳)업계에서는 최근 우유 소비 감소를 일시적인 매출 부진이 아니라 전반적인 경기불황과 연관짓고 있어 우유 소비 부진이 길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8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2005년 월평균 12만2743t이던 일반 흰 우유 소비량은 2006년 12만1100t, 2007년 12만1294t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1월부터 3월까지 월평균 소비량이 10만7770t에 그쳤다.
특히 대형마트에서 우유 판매 부진이 두드러진다.
이마트에 따르면 1∼4월 흰 우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감소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각각 2% 줄어든 것으로 집계했다.
매일유업 한도문 이사는 “25년 동안 유업계에서 일했지만 최근 몇 개월 사이에 이처럼 우유 매출이 감소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유업계에서는 최근 우유 매출 부진과 관련해 외환위기 당시 유행어인 ‘1생 2우 3학’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첫 번째로 생수를 끊고, 두 번째로 우유, 마지막으로 자녀의 학원을 끊는다는 말을 빗댄 말로 서민들의 빠듯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우유 매출 부진은 지난달부터 업계 ‘빅3’인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남양유업이 대형마트에서 우유를 덤으로 끼워 파는 ‘플러스 마케팅’을 중단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덤 판매 중단 이후 이들 업체의 매출은 급락한 반면 대형마트의 자체브랜드 상품이나 프리미엄급 제품들은 오히려 10%가량 매출이 늘었다.
‘빅3’ 가운데 흰 우유 시장점유율이 36%나 되는 서울우유의 경우 지난해 매출 1조1300억 원에 영업이익은 1억9000만여 원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우유를 가공한 발효유 제품 매출에서도 서민들의 빠듯해진 살림살이를 반영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보통 개당 700∼1000원 선에 팔리는 마시는 발효유 제품은 지난해보다 매출이 5%가량 줄어든 데 반해 가격이 500원 선인 떠먹는 발효유 제품의 경우 매출이 7% 정도 늘었다. 비싼 제품은 소비가 줄고 낮은 가격대 제품이 잘 팔리는 것이다.
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품에 이물질이 들어갔다는 거짓신고를 하며 제품을 추가로 요구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며 “이들 가운데는 생계형 블랙 컨슈머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