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정구의 에이스 김재복(문경시청)이 14년간 함께한 정구 라켓을 앞에 두고 포즈를 취했다. 문경=김재명 기자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겪지만 고향에서는 여느 인기 종목이 부럽지 않다. 길을 걷다 보면 누군가 다가와 사인 요청을 하기도 한다. 한국 남자 정구의 에이스 김재복(24·문경시청). 자신이 태어난 경북 문경시에서 열리고 있는 제86회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에 출전한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의욕이 넘친다. 어릴 적 추억이 배인 코트에서 홈팬의 응원까지 받고 있어서다. 문경 출신 최초의 국가대표 선수라는 자부심도 크다.》
문경출신 첫 국가대표… “고향선 나도 스타”
“우리 지역에서 이렇게 오랜 역사와 권위를 지닌 대회가 열려 뿌듯해요. 더 잘해야죠.”
험난한 산악 지형으로 유명한 문경에서도 가장 오지로 꼽히는 가은면에서 태어난 그는 운동을 좋아하다 1994년 정구와 인연을 맺었다. 마침 그해에 문경시가 시청 정구팀을 창단했기에 출발부터 인연이 많았다. 문경중과 문경공고를 거쳐 대구가톨릭대에 진학한 그는 대학 입학식을 앞두고 대구지하철 참사로 테니스부에 있던 절친한 동기 두 명을 사고로 잃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타고난 성실함과 운동능력으로 대학 무대를 휩쓸던 그는 운동 시작 후 10년 만인 2004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해에는 안성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복식 2관왕에 올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어요. 시상대에 올라가는데 가슴이 마구 뛰더군요.”
이 금메달 2개에 힘입어 그는 매달 97만 원의 체육연금을 받게 돼 정구를 하는 어린 후배들에게는 희망이 되기도 한다.
김재복은 “코트에서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선수들을 만나면 기회가 되는 대로 조언도 해주고 개별 지도를 해주려 한다”고 말했다.
8일 어버이날을 맞아 그는 개인택시 일을 하는 아버지와 식당일을 하는 어머니를 위해 카네이션과 용돈을 준비했다.
김재복은 184cm의 당당한 체구에 다른 선수들에 비해 팔이 길어 쉽게 넘기기 힘든 공도 가볍게 처리할 만큼 유리한 조건을 지녔다.
그를 초등학교 때부터 유심히 지켜본 주인식 문경시청 감독은 “상대의 수를 미리 읽거나 의표를 찌르는 두뇌 플레이에 능하다”고 칭찬했다. 초등학교 때 김재복의 지능지수는 130이 넘었다고.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복식 은메달에 머물러 아쉬워했던 김재복은 10월 문경에서 개막되는 아시아선수권 우승에 이어 2010년 중국 광저우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목표로 삼았다.
평소 주위의 관심이 적어 속상할 때도 많고 힘든 훈련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지치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미래의 멋진 모습을 상상하며 견뎌낸다. 꿈을 향한 산골 소년의 노력은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문경=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