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 5월 9일. 북극으로 가는 관문인 노르웨이 스피츠베르겐 섬에서 작은 비행기 한 대가 하늘을 향해 힘차게 이륙했다.
‘조세핀 포드’라는 이름의 비행기 안에는 리처드 버드와 플로이드 베넷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육분의(sextant)라는 광학기계에 의지한 채 북극점을 향해 나아갔다.
북극의 차가운 공기를 뚫고 1000km를 넘어 날아간 끝에 이들은 마침해 북극점에 도달했다.
최초의 북극 횡단 비행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이들은 이륙한 지 15시간 30분 만에 출발지인 스피츠베르겐 섬에 무사히 착륙했다. 왕복 2472km에 이르는 처녀비행 길이었지만 비행기는 오일만 조금 샜을 뿐 아무런 탈이 없었다.
미 해군제독 출신인 버드는 이 비행으로 국민적 영웅이 됐고 명예훈장도 받았다.
그러나 30여 년이 흐른 뒤 이 비행은 커다란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버드가 사망한 이듬해 그의 동료였던 번트 볼천은 충격적인 발표를 한다.
버드의 북극 비행이 조작됐다는 것이다. 볼천은 조세핀 포드기의 스피드와 비행시간을 감안할 때 버드는 북극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볼천의 이 같은 주장은 1996년 버드의 일기가 공개되며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
버드가 일기장에 적어 놓은 고도 등 북극 비행 당시의 기록이 그가 비행에 성공한 지 40여 일 후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에 제출한 기록과 차이가 났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버드가 북극점 240km 앞에서 연료 부족으로 회항했다는 설이 정설처럼 퍼져나갔다. 일각에서는 버드가 죽기 전 절친한 친구에게 북극점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북극점 도달 여부 못지않게 그의 비행은 또 다른 논쟁에 이용됐다.
극지방에 있는 입구를 통해 지구 안에 있는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지구공동(空洞)설 주장자들은 버드가 북극 횡단에 성공할 당시 지구 안에 있는 공간에 들어갔다 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버드가 지구 안에 있는 공간에서 무전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보고했으나 정부 기관에 의해 군사상 기밀로 분류돼 일반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게 됐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에 대해 버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행히 그는 이 같은 논란을 알지 못한 채 1957년 69세의 나이로 숨져 버지니아 주 알링턴 국립묘지에 묻혔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