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령에서 바라다본 산줄기. 크고 작은 봉우리가 물결처럼 파도친다. 빼어난 산세와 아름다운 계곡이 등산객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사진 제공 알파인뉴스
유리처럼 맑고 찬 조령 일대 계곡의 물이 등산객들의 땀을 식혀 준다. 사진 제공 알파인뉴스
괴산-문경 경계 조령산
충북 괴산군 연풍면과 경북 문경시 문경읍의 경계를 이루는 조령산(1026m). 옛 선비들은 백두대간 가운데 가장 높고 험하다는 이 고개를 넘어 한양으로 갔다.
조령산 정상을 중심으로 북쪽 고개가 조령이라 부르는 새재, 즉 문경새재다. 일부 사람들은 일제강점기에 새로 닦은 남쪽 고개, 이화령(529m)을 문경새재로 잘못 알기도 한다.
조령산은 최근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계획으로 다시 유명해졌다. 한강(충주)과 낙동강(문경)을 연결하기 위해 조령산 아랫자락에 20여 km의 터널을 뚫어야 한다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됐기 때문이다. 언젠가 뱃전에 기대 문경새재를 통과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 이화령 고갯길 따라 5시간이면 충분
3일 조령산 산행 길에 나섰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에 햇볕마저 따가워 초여름 같다.
이화령에서 출발해 조령산 정상을 지나 안부 사거리를 거쳐 마당바위로 내려서는 길을 잡았다. 가장 일반적인 코스다. 길을 재촉하지 않아도 4시간 30분∼5시간이면 충분하다.
이화령을 뒤로하고 산길을 따라 걸으니 금세 등에 땀이 밴다. 이따금 불어오는 산들바람과 나무 그늘이 반갑다. 1시간 정도 오르니 갈림길이 있는 삼거리다.
평평한 곳을 만나자 사람들은 토막 휴식을 취한다. 여기서 50여 m만 올라가면 조령샘과 작은 억새밭이 나온다. 조령샘은 봄 가뭄에 ‘병아리 눈물만큼’ 떨어졌지만 바가지에 담아 한 모금 들이켜니 시원하다 못해 달다.
▲ 영상취재 : 윤태진 동아닷컴 객원기자
물통에 물을 담아 다시 길을 재촉하니 이번엔 무성한 잣나무 밭이 펼쳐진다. 짙은 그늘은 땀을 식히고 은은한 향은 코를 향긋하게 자극한다. 등산객들의 탄성이 이어진다.
잣나무 숲을 지나니 헬기장이 나타났고, 여기서 10여 분 더 올라가니 조령산 정상이다.
북으로는 멀리 월악산(1094m)이 보이고, 동으로는 주흘산(1106m)이 서 있다. 시야가 탁 트여 쭉쭉 뻗는 능선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감탄도 잠시. 정상 한편에 산악인 고 지현옥 씨의 추모석이 눈길을 끈다. 한국 여성 산악인으로는 최초로 히말라야에 올랐고 1999년 안나푸르나에서 유명을 달리한 그는 인근 신선봉 부근에서 즐겨 훈련을 했다.
잠시 묵념을 한 뒤 안부 사거리에서 서북쪽으로 내려선 한섬지기길로 들어서는 하산 길에 올랐다. 경사가 급하고 곳곳에 밧줄이 설치돼 있지만 엉덩방아를 찧는 사람의 모습이 여럿 눈에 띈다.
○ 北월악산 - 東주흘산 봉우리가 한눈에
어렵게 내려오다 보니 물이 시원스레 굽이치는 계곡이 나온다. 길이 평평해지더니 이내 잘 다듬어진 흙길이 일행을 맞는다. ‘맨발로 걷는 길’이라고 해서 신발과 양말을 벗었다. 잔돌이 밟혀 발바닥이 약간 따갑기는 했지만 지압이라 생각하면 될 듯했다.
새재의 1∼3관문을 통과하는 이 흙길은 7km가량으로 왕복에만 4시간여가 걸린다고 한다. 웅장하게 들어선 관문을 보니 문득 소실된 숭례문이 생각났다.
관문을 통과해 문경새재관리사무소와 주차장 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오른편에 자연생태공원이 있다. 인근에는 지역 별미인 문경 약돌돼지를 파는 음식점들이 있다.
여기서 차로 5분 거리인 도자기 전시관 일대에는 12일까지 전통 찻사발축제가 열린다. 조령산은 15일까지는 산불예방 기간이기 때문에 입산이 금지된다.
문경=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