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전창진 감독 한양대서 첫 특강
“대학 강의는 처음인데 긴장되네요. 챔피언 결정전 때도 셔츠가 절반밖에 젖지 않았는데 지금은 흠뻑 젖었어요.”
동부 전창진(사진) 감독이 강의 시작 10분 만에 이렇게 실토하자, 강의실을 메운 100여 명의 학생은 웃음보를 터뜨렸다. 한결 여유로워진 그는 농구 뒷얘기와 함께 1시간 남짓한 강의를 즐겁게 이끌었다.
9일 한양대 체육대 세미나실. 지난 시즌 프로농구 통합 우승을 일군 전 감독이 이 대학 스포츠산업학과 특강을 했다. 주제는 리더십이었지만 그는 인생 선배로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조언을 했다.
전 감독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위해 미치도록 뛰어야 한다”며 “요즘에는 목표 자체를 세우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에게도 ‘꿈과 미래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온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고 덧붙였다.
달변가답게 그는 지루한 강사는 아니었다.
“중학교 때 영어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제대로 안한 것을 요즘 후회한다. 용병과 대화가 잘 안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너는 공부를 못하니 ‘똑똑한 친구를 사귀라’고 (고려대) 경영학과에 보내셨는데, 결국 졸업하고 나니 남은 친구는 하나 없고 경영대 동문회 고지서만 날아오더라.”
다음 시즌 강팀을 묻는 질문에는 “하승진과 서장훈이 버틴 KCC가 우승 0순위이고 SK, KTF, LG 등이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장래 소망도 밝혔다. “감독을 그만둘 때가 오면 KBL(한국농구연맹)에 들어가 많은 사람이 농구장에 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고 싶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