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기 소르망 지음·조정훈 외 옮김/397쪽·1만3000원·문학세계사
‘왜 어떤 나라는 부자이고 어떤 나라는 가난할까?’
이 문제에 대한 기 소르망의 대답은 명쾌하다. 가난한 나라들이 개인주의, 민주주의, 법치국가, 자유경제 체제, 자유무역 등 검증이 끝난 ‘이상적인 제도’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가치관이나 신념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이런 ‘좋은 정책들’을 거부한다.
기 소르망에게 ‘두 개의 한국’은 자신의 논리를 입증할 살아 있는 예다. 그는 ‘특별히 가난하고 위치도 나쁘고 적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과거에는 식민지였으며… 반동적 양반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나라를 북위 38도선을 따라 반으로 갈라 보라고 한다. 그리고 두 가지 경제 정책을 적용한 후 반세기가 흐른 후 비교해 보자고 한다.
그의 확신대로, 자유무역 이론에 역행하는 것이 가져온 결과는 뚜렷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인 남한에 비해 북한은 7000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살아 있는 경제의 교훈’을 보여주며 그는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경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이 책은 어디에서건 ‘좋은 경제정책’을 적용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밀턴 프리드먼, 에드워드 프레스콧, 자그디시 바그와티, 게리 베커 등 수많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연구와 그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논증한다. 일본, 한국 등 아시아의 용들과 인도, 중국 등의 경제 성장도 실례로 든다. 또한 경제 성장을 쇠퇴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자유주의 성장 모델의 원칙에 충실히 따라야 함을 강조한다. 국가의 섣부른 개입도 금물이다. 이 원칙을 지키지 못해 성장이 둔화되는 국가들이 서유럽과 일본 등이다.
신자유주의자의 옹호자답게 기 소르망이 주장하는 세계화의 유익성은 명료하다. 세계화로 인한 빈부 격차는 상대적 박탈일 뿐이며 세계는 전반적인 성장주기에 와 있다는 것. 단, 세계화의 부작용을 언급할 때는 ‘경제가 완벽할 수는 없음을 인정하라’고 말하는 것이 맥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