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주변을 눈에 의한 영상이나 손의 촉감으로 인식하고, 두뇌로 상황을 판단해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한 뒤 움직이거나 말을 하는 반응을 한다. 로봇은 인간을 모델로 하는 만큼 로봇 기능도 앞의 설명과 똑같다.
인간의 특성을 정량화하기 위한 것으로 근력, 민첩성, 순발력 같은 운동지수, 느낌이나 감정조절 같은 감성지수(EQ), 그리고 우리에게 친숙한 지능지수(IQ)가 있다. 이 단어들은 각기 다른 전문 분야에서 만들어져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다르나 기본 의미는 위와 같다. 아직 로봇에선 이런 단어들이 전혀 사용되지 않지만 앞으로 다양한 로봇 성능을 객관화하기 위해 논의될 것이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에서 세계 최초로 전동식 휴머노이드를 만들어 1939년 뉴욕 세계박람회에 어설프지만 걷고 녹음기로 말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1961년에 로봇 프로그램을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만들어 비로소 현대적인 상업용 로봇이 나온 이래 지금까지 대부분의 로봇기술은 운동지수 향상에 집중됐다. 즉, 인간처럼 유연하게 움직이고 복잡한 작업을 할 수 있게 발전했다.
그 결과 2000년 일본 혼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는 사람처럼 유연하게 두 발로 걷게 됐다. 바퀴형 이동로봇은 2001년 두 바퀴형 개인 이동수단인 세그웨이가 나온 이후 로봇에 동일 기술을 적용하면서 안정됐다. 이제 로봇의 운동지수는 매우 안정된 발전단계에 들어섰다.
로봇의 감성지수는 어떨까? 로봇기술 관점에서는 비중이 운동지수에서 감성지수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물론 인간 같은 복잡한 감성지능지수라기보다 인간에게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수준이다. 로봇 지능이 받쳐주지 못하므로 어쩔 수 없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넥시를 선보였다. 그러나 플라스틱 얼굴 때문에 보는 사람에게 “너는 로봇, 나는 인간”이라는 거리감을 메울 수는 없다.
좀 더 의미 있는 기술은 미국 공학자 핸슨이 만든 사람 얼굴형 앤드로이드이다. 인간 피부와 비슷한 재질에 인간과 동일한 얼굴 표정은 사람들에게 순간 거리감을 깜박 잊게 한다. 간단하지만 감성지수를 높여 효과를 극대화한 로봇도 있다. 미국에서 개발된 원격진료로봇 RP-7이다. 의사 얼굴이 화면 가득 나타난 컴퓨터 모니터와 카메라가 장착된 바퀴형 이동로봇이 환자에게 다가가서 의사가 고개를 움직이듯 원격지에 있는 의사 조종대로 모니터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런 운동은 환자에게 의사가 직접 진료하는 느낌을 준다. 이 로봇은 컴퓨터와 로봇의 차이는 바로 움직임에 있으며 컴퓨터보다 로봇의 효용성이 훨씬 크다는 점을 쉽게 말해준다.
현재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이 로봇에 접목되고 있다. 예컨대 여러 사람이 동시에 얘기해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고, 처음 보는 대상체를 서서히 이해하는 학습지능 등 다양한 노력들이 있으나 아직 지능지수를 논할 시점이 아니라고 본다.
미국 심리학자인 대니얼 골먼은 지능지수보다 감성지수의 우위를 강조했다. 로봇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세계 로봇 통계 및 예측에서 향후 5년 내에는 의료로봇이나 국방로봇 같은 전문 서비스 로봇이 가정용 도우미 같은 개인 서비스 로봇보다 시장 규모가 훨씬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현재 가장 크다고 예측하는 국방로봇시장도 2001년 미국의 9·11테러 전에는 미미했고 커질 걸로 예상하지도 않았다. 사람과 일대일로 상대하는 개인 서비스 로봇 시장을 폭발적으로 키울 수 있는 핵심 기술로 감성지수 향상을 들 수 있다. 시장 예측을 뛰어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박종오 전남대 로봇연구소장 기계시스템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