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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별PD “딸 낳고 떠나간 모성 PD라 울지도 못했다”

입력 | 2008-05-12 08:08:00


누군가의 아픔을 마음껏 위로하거나 죽음을 마냥 슬퍼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MBC 4부작 휴먼 다큐멘터리 ‘사랑’에 참여한 김새별(사진) PD가 바로 그렇다. 고통받는 이들과 이를 지켜보는 가족에게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들이대야 했던 김 PD는 “감정을 억누르면서 촬영하다가 딜레마에 빠진 순간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17일부터 4일간 방송하는 ‘사랑’ 시리즈 중 김 PD의 연출작은 ‘엄마의 약속’(17일 밤 10시50분)과 ‘울보 엄마’(19일 밤 11시10분)다. 두 편 모두 죽음의 문턱에 선 엄마가 등장한다.

딸을 낳고 하루 만에 위암말기 판정을 받은 안소봉 씨의 이야기(엄마의 약속)와 암에 걸려 투병 중인 황정희 씨가 7살 난 아들의 소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겪는 기막힌 사연(울보 엄마)을 통해 김 PD는 잔인한 현실에 맞닥뜨린 두 엄마의 모성을 전한다.

김 PD는 이 가운데 지금은 고인이 된 안소봉 씨의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고 했다. 안 씨의 딸 소윤 양과 자신의 딸이 하루 차이로 태어난 인연 때문이다. 김 PD는 죽음의 기로에서도 딸을 위해 생명을 지키려고 애쓰던 안 씨의 사연을 이야기하다 끝내 눈물까지 보였다.

“안소봉 씨가 떠난 뒤 남은 가족에게 닥쳐온 슬픔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일이 쉽지 않았다”는 김 PD는 “유가족의 분노, 허탈함, 남은 소윤이가 마음에 묵직한 짐을 안겨줬다”고 고백했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위해 1년 내내 안 씨와 황 씨의 곁을 지킨 그녀는 “항암치료를 지켜봐야 했고 모성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두 분의 아픈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고 돌이켰다.

이어 “굉장히 개인적인 사연일 수 있지만 이들 가족의 이야기는 보편적이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준다”며 “살아있는 것의 소중함이나 옆에 있는 사람의 존재, 가족에게 잘 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랑’은 MBC가 5월마다 가정의 달 특집으로 3년째 방영 중인 다큐멘터리로 2006년 ‘너는 내 운명’과 2007년 ‘안녕 아빠’ 등을 통해 가족의 진한 사랑을 담아 호평받았다. 죽음을 앞둔 사람과 그 가족이 보이는 사랑의 숭고함으로 방영 때마다 잔잔하지만 깊은 감동과 파장을 일으켰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