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궁금했다. 서른 살 아이들(idol)로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90년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아이들은 이제 서른이라는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화려했던 과거와 차분해진 현재의 모습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그들. 가수 이지훈도 마찬가지다. H.O.T, 젝스키스 등 당대 최고의 인기 아이들 그룹 사이에서 유일하게 솔로 아이들로 인기를 누렸던 그는 인터뷰 내내 ‘서른 살’이라는 단어를 입에 자주 올렸다. 이제 ‘스타’라는 거품이 빠지면서 좀더 친근하게 대중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이지훈. 6집 앨범을 낸 가수로서, 그리고 KBS 1TV 드라마 ‘너는 내 운명’ 속에서 연기자로 살고 있는 욕심 많은 그를 만났다.
- 오랜만에 정규 6집 ‘더 클래식’을 냈는데 소감이 남다를 듯 하다.
“어떤 사람들은 가수를 접은 게 아니었냐는 얘기를 했다(웃음). 지금 초등학생은 내가 가수였는지도 모를 것 같다. 그러나 난 가수의 꿈을 포기했던 적이 없었다.”
- 왜 4년이나 걸렸나.
“2004년 마지막 앨범 낸 뒤 소속사 없이 혼자 2년 동안 활동하다보니 음반 낼 기회가 없었다. 이번 소속사를 새로 옮기면서 영화 OST 등에 참여할 수 있었고 가수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 목소리가 달라졌다.
“(미소를 지으며)오랫동안 내 목소리를 안 들려줬던 게 다행인가 싶다. 일단 나이가 들어서 목소리가 좀 변했다. 또 예전에는 가사를 표현하는데 느낌을 전달하지 못했다면 지금은 마음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된 것이 달라진 점이다.”
- 새 앨범이 요즘 유행에 따르지 않는 발라드 음반이다.
“내가 춤이 안 되서....(웃음). 쭉 발라드를 해오기도 했고 기다려주는 분들이 이지훈표 음악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 요즘 가요계 상황이 좋지 않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가요 앨범이 잘 팔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엄청나게 뛰어난 가수도 아니고. 그런데 감사하게도 주변에서 날 좋게 평가해줬다. (신)승훈이 형, (김)민종이 형, (이)상민이 형이 ‘음반 내야지. 네 목소리로 왜 안 내니’라고 항상 말해준다. 거기서 힘을 얻었다.”
- 타이틀곡 ‘가슴아 미안하다’는 실제 경험과 맞물려있다고 하던데.
“사랑하는데 헤어져야 하는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 않나. 하지만 나는 과거보다는 앞으로 사랑할 그녀에게 사랑해서 헤어지는, 그런 뜨거운 사랑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서른이니까.(웃음)”
- 연기자로 활동이 활발한데 왜 굳이 가수를 하나.
“전에도 왜냐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난 가수를 버리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그렇게 얘기한 적도 없다. 내가 연기자로 살게 된 건 당시 나에게 필요한 일이고 행운이었지만 연예계 배우 기근현상 때문이기도 했다. 내 본업은 가수다.”
- 가수, 연기자를 병행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듯 하다.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에 대해 대해 전보다 긍정적인 시각이 많아 조금은 편해졌다. 욕심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이)승철이 형처럼 40, 50세가 되도 내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이영하 선생님 경우는 젊었을 때 꽃 미남이었지만 현재 본인의 캐릭터를 찾아 다양한 역할을 맡지 않나. 나도 그런 연기자가 되고 싶다.”
- 올 해로 데뷔 12년차다. 세월을 느끼나.
“어렸을 때 옆에서 부추겨주는 것도 있지만 나 스스로 거품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냉정하게 평가해서 예전의 나와 지금 나오는 신인들의 실력 차이는 크다. 요새 들어 위기감이 들 정도다. 그래서 발성 연습을 시작했다. 창피한 얘기지만 기본기가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을 이제야 하고 있다.
- 만능 엔터테이너 이지훈의 위기는 언제였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속에 있는 걸 다 보여줬기 때문에 신선함이 없었다. 스스로도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비됐다. 새로운 돌파구가 연기였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마침 연기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감사하게도 하느님이 시의적절하게 늘 돌파구를 마련해준다.”
-서른 살 아이들로서의 삶은 어떤가.
“크게 변한 건 없는데. 예전에는 친구들과 거리에 나가면 팬의 눈을 피해 도망 다녀야 했다. 그러나 이제 함께 나이를 먹은 팬들은 이제 옆집 오빠처럼 대해준다. 그래서 (인기에 대한, 연예인에 대한) 환상을 조금은 놓게 됐다. 대중을 대할 때 스스로 친근하게 다가가게 되더라. 또 내가 일일드라마를 하니까 어른들이 그렇게 예뻐해 준다. 식당에 가면 나는 대 스타다(웃음). 교회에 가서도 ‘태풍(극중 이름)아’라고 부르신다.”
- MBC ‘라디오스타’ 같은 결말을 내고 싶다. 이지훈에게 노래와 연기란.
“노래는 군것질 같다. 옆에 없으면 허전하고 항상 달고 다녀야 하고. 허기를 달래주며 삶에 위안이 된다. 그리고 내가 원래 과자도 좋아하고 봉지라면을 부셔먹는 것도 정말 좋아한다.(웃음) 연기는 글쎄…평생 가져가야할 직업? 연금 타 먹고 싶은(웃음). 음…그런 거!”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사진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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