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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시력 1.0’ 지키기]시력 해치는 습관 버려야

입력 | 2008-05-14 02:59:00

초등학교 4학년 김태완 군 집을 방문한 장지호 순천향대병원 소아안과 교수가 간이 시력검사표로 김 군의 시력을 검사하고 있다. 장 교수는 김 군의 집에서 스탠드 조명, 독서와 게임을 하는 습관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미옥 기자


오른손잡이면 스탠드는 책상 왼쪽에

형광등보다 백열등 사용이 눈의 피로 덜해

책보거나 게임땐 눈과 30cm 거리 유지를

하루 2시간 야외활동 근시발생 10% 줄여

《“아, 그걸 미처 몰랐네요.” 초등학교 4학년 김태완(11) 군 가족은 장지호 순천향대병원 소아안과 교수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였다. 김 군이 왼손잡이임에도 불구하고 공부방 책상의 스탠드가 왼쪽에 놓여 있었던 것. 장 교수는 “김 군은 왼손잡이이기 때문에 왼쪽에 스탠드가 놓여 있으면 손그림자가 생겨서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며 오른쪽으로 옮길 것을 권했다. 장 교수는 11일 경기 안양시 비산동에 있는 김 군의 집을 방문해 눈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요인을 알아봤다. 장 교수가 가져간 간이 시력검사표로 검사한 결과 김 군의 양쪽 시력은 0.1로 나왔다.》

김 군은 유치원에 다닌 일곱 살 때만 해도 시력이 1.0으로 좋은 편이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 시력검사에서 눈이 나빠진 것을 알고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아버지 김선우(가명·40) 씨와 어머니 송진영(40) 씨는 “아이 눈이 이렇게 나빠진 줄 몰랐다”며 “집 안에서 눈을 나쁘게 만드는 환경을 꼭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김 씨는 양쪽 시력이 0.2로 안경을 썼으며 송 씨는 시력이 0.6이다.

▽백열등, 할로겐등 스탠드가 좋아요=김 군 공부방의 천장에는 주황색 빛을 내는 형광등이 두 개 달려 있다. 장 교수는 “이 정도의 불빛은 450럭스로 약간 어두운 편이지만 공부하는 데 큰 지장은 없다”면서 공부할 때 방 전체 등과 책상 위의 스탠드를 모두 켜도록 당부했다.

김 군 책상의 스탠드는 오래전 구입한 형광등 스탠드였다. 장 교수는 “스탠드를 자외선이 덜 나오는 백열등이나 부드러운 불빛의 할로겐등으로 바꾸면 눈을 덜 비비게 된다”고 말했다.

또 스탠드를 너무 가까이 두는 김 군의 습관도 고쳐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눈에서 15cm 이상 거리를 띄우고, 종이 갓을 만들어 씌워 직접 조명을 받는 정도를 줄이는 것도 시력을 보호하는 방법이라는 것.

“책을 어떻게 읽느냐”는 장 교수의 질문에 김 군은 책을 책상 바닥에 눕혀서 읽는 시범을 보였다. 장 교수는 “학생이라 책을 많이 보는 만큼 받침대에 책을 받쳐 30cm의 거리를 두고 똑바로 세워서 읽으면 눈의 피로감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기와 눈의 거리는 30cm 유지=거실에는 50인치 대형 TV가 놓여 있다. 소파와 TV 거리는 3m 정도. 김 군은 소파에 앉지 않고 1.5m 정도 떨어진 바닥에 앉아서 TV를 본다.

어머니 송 씨는 “스크린 크기가 작은 TV도 2, 3m 떨어져서 보라는데 아이가 너무 가까이서 봐 걱정”이라며 “뒤쪽으로 와서 보라고 해도 말을 잘 안 듣는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TV나 컴퓨터 화면을 가까이서 보면 눈이 나빠진다는 것은 아직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지만 아이가 너무 가깝게 붙어서 본다면 눈에 질환이 있는 게 아닌지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 군이 좋아하는 게임기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김 군은 하루 평균 1시간씩 휴대용 게임기로 게임을 한다. 장 교수는 “게임은 하루 30분 이내로 줄이는 것이 좋고, 정 줄이기 힘들다면 게임기와 눈 사이에 30cm 거리를 유지하라”고 충고했다.

▽자외선 덜 받아야 눈이 건강=김 군의 생활환경을 살펴본 장 교수는 책 읽고 게임하는 습관을 고치고 스탠드 위치를 조정하라는 처방을 내렸다.

장 교수는 “근시는 유전적 영향이 큰데 김 군은 부모가 모두 시력이 안 좋다”면서 “키가 크는 동안은 안구도 같이 크기 때문에 성장기에 제대로 시력 관리를 안 해 주면 안구의 초점이 안 맞아 시력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김 군에게 ‘운동을 열심히 하라’는 숙제도 내줬다. 거의 운동을 하지 않는 김 군은 하루 2시간씩 운동과 야외활동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 최근 미국에서 나온 논문에 따르면 일주일 동안 총 14시간 이상 야외활동을 하는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근시 발생을 10%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 교수는 김 군의 집을 떠나기 전 “밖에 나갈 때는 모자를 꼭 쓰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5, 6월부터 자외선 양이 증가하는데 나이가 어릴수록 자외선이 바로 망막에 도달돼 망막이 손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장 교수는 “어려서부터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면 백내장과 눈에 흰 막이 생기는 ‘익상편’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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