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동국대 의과대학사업단, 의약전문가 20여명 연구 매진
“해양심층수가 알코올 분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하고 있어요.”
13일 경북 경주시 석장동 동국대 경주캠퍼스 의과대학 4층 해양심층수 연구사업단 실험실. 모진영(24·여) 연구원은 “알코올과 심층수를 섞은 것과 그렇지 않은 액체를 쥐를 이용해 비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2월 해양심층수의 개발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심층수를 활용한 제품이 봇물 터지듯 시장에 나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강원 양양과 경북 울릉 앞바다에서 뽑아 올린 심층수를 이용해 기능성 생수로 만든 ‘먹는 물’이 출시됐으며, 이달에는 해양심층수로 만든 소주도 등장했다.
화장품이나 두부 등에도 해양심층수를 섞은 제품이 출시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해양심층수는 수심 200m 이상의 바다에서 퍼올려 소금기를 없앤 물로, 칼슘과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광물)이 풍부해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심층수의 어떤 점이 건강에 좋은지, 어떤 질병을 치료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같은 ‘심층수의 효능’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동국대 연구단은 이 같은 물음에 답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동해의 심층수를 퍼올려 당장 제품으로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라 심층수의 의약적 효과를 하나씩 밝혀내려는 것이다. 정부(지식경제부) 지원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약리학과 내과, 피부과, 비뇨기과, 신경해부학, 생명공학, 식품공학 등 의약 계통 전문가 20여 명이 해양심층수와 건강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동국대 의대를 중심으로 경북해양바이오산업연구원과 ㈜워터비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심층수가 기능성 생수로서 산업화에 응용되는 사례가 다양해질 겁니다. 하지만 이런 차원의 심층수 활용은 한계가 있어요. 의약적으로 심층수가 왜 건강에 좋은지를 명확하게 밝혀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연구단장인 동국대 의대 약리학교실 남경수(50) 주임교수는 이렇게 밝혔다.
보통 물보다 심층수에 녹아 있는 산소량이 4배가량 많은데, 이 같은 구조가 인체의 건강과 특정 질병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으로 먼저 밝혀낼 경우 심층수의 미래가 아주 달라진다는 것이다.
해양심층수 산업의 원조는 일본과 미국. 1985년경부터 해양심층수 연구와 개발을 시작한 일본은 연간 3조 원 정도의 국내 시장을 형성하고, 한국에도 3000억 원어치를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도 ‘심층수의 의약적 효능’ 부분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편이다.
사업단은 6일 경북도와 함께 해양심층수 활용에 관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특히 심층수를 동맥경화와 고혈압, 암, 간 질환 등에 응용하는 논의가 많았다.
남 교수는 “가령 유방암과 직장암의 확산을 늦추거나 생활습관성 질환, 아토피 같은 난치성 질환 등에 심층수가 도움이 된다고 보지만 매우 엄격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심층수의 효능을 밝혀내면 부가가치가 훨씬 높은 의약적 활용 측면에서 일본보다 앞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