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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될거야, 내가 같이 있어줄게…”

입력 | 2008-05-14 20:12:00



12일 쓰촨(四川) 성을 뒤흔든 강진으로 ¤주(綿竹) 시 준다오(遵道) 진의 환환(歡歡)유치원이 붕괴돼 어린이 50여명과 교사 3명이 숨졌다.

지진 발생 하루 후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교사 지우완롱(瞿萬容) 씨는 엎드려서 등으로 무너져 내리는 콘크리트 더미를 받치느라 머리와 등뼈가 부서진 채 숨져 있었다. 그의 품에는 어린 아이가 가벼운 상처만 입은 채 숨을 쉬고 있었다.

구조 작업이 진행되면서 '폐허속의 작은 영웅들'의 사연들도 속속 드러나 대재난으로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전하고 있다고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이 14일 보도했다.

두장옌(都江堰) 시의 샹아(向娥)중학교 1학년 샤오쉐(小雪)는 13일 무너진 잔해더미에서 구출돼 병원으로 옮겨진 후에도 친구 샤오야(小亞)의 이름을 부르며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사연은 이랬다.

12일 오후 2시반경 지진이 시작되자 샤오야는 재빨리 교실 밖으로 대피했다. 하지만 친구 샤오쉐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사실을 깨닫고는 다시 교실로 들어갔다. 그 순간 쾅하는 소리와 함께 교실이 무너졌다.

잠시 후 정신을 차려보니 두 소녀는 서로 손을 꼭 잡은 채 콘트리트 더미에 깔려 있었다. 샤오야는 "우리는 구조될 거야, 네가 구조될 때까지 같이 있어줄게"라며 돌더미에 목이 깔려 의식을 잃어가는 샤오쉐를 2시간 남짓 붙들어주었다. 구조대가 도착해 의식을 잃은 두 소녀를 흔들자 샤오쉐는 깨어났지만 샤오야는 움직임이 없었다. 샤오쉐는 "나를 구하러 다시 교실로 들어오지만 않았더라면" 하며 맥없이 풀린 친구의 손을 잡고 훌쩍였다.

두장옌 런민(人民)의원에서는 5명의 의사와 간호사가 맹장수술을 막 시작하려던 참에 지진의 진동을 느꼈다. 전기가 나가고 사람들은 대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비상등을 켜고 30분간의 수술을 마친 후 환자와 함께 병원을 빠져 나왔다.

청두 시 슈위안(書園) 아파트에 사는 류스웨이(劉世偉·21) 씨는 아파트가 흔들려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7층 계단을 오르내리며 노인 10여명을 업어 날랐다.

청두(成都) 시 제3유치원의 청친(曾琴) 원장은 지진이 발생하자 낮잠을 자고 있던 아이들을 흔들어 깨워 모두 밖으로 내보내 무사히 대피시켰다.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생 딸의 안부는 챙겨볼 겨를도 없었다. 청 원장은 "나는 아이 부모이기도 하지만 다른 집 아이들을 돌보는 교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