嘗(상)은 예전에 또는 일찍이의 뜻이다. 何嘗(하상)은 어찌 일찍이, 즉 과거에 대한 반어적 표현으로 ‘언제 ∼한 적이 있는가’에 해당한다. 맑은 거울 明鏡(명경)은 여기서는 학문이 뛰어난 이나 좋은 스승을 의미한다.
疲(피)는 지치거나 피곤하다 또는 살이 빠지거나 여위다의 뜻이다. 疲弊(피폐)는 몹시 지침 또는 고생스럽고 궁핍함을 뜻한다. 疲馬不畏鞭추(피마불외편추)는 지친 말은 채찍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피폐한 국민은 형벌도 두려워하지 않음을 비유한다.
於(어)는 장소나 때를 표시하는 외에 원인이나 배경을 표시하기도 한다. 屢(루)는 屢次(누차)처럼 여러 번 또는 번거롭다는 뜻이다. 照(조)는 비추다 또는 비추어보다의 뜻이다. 照鏡(조경)은 거울에 비추어보다의 뜻이다. 對照(대조)처럼 맞추어보다의 뜻도 있다. 여기의 屢照(누조)는 여러 차례의 질문을 의미한다.
학습하는 장소에서 누군가가 옆 사람에게 말했다. 선생님께 자꾸 여쭤보자니 괴롭히는 것 같고, 가만히 있자니 좋은 말씀을 놓칠 것 같다고. 그 옆 사람은 걱정 말라며 말했다. “맑은 거울이 여러 번 비춰본다고 피곤해하거나, 맑은 강이 산들바람을 싫어하는 것을 본 적이 있소?”
가르치는 이는 배우는 이의 물음을 싫어하기보다는 오히려 환영한다. 물음은 배움의 진지함을 나타내며 가르쳐야 할 것을 잘 알려주기 때문이다. 또 물음은 가르치는 이가 부족함을 깨닫고 스스로 발전하게도 한다. 그래서 敎學相長(교학상장), 즉 배우고 가르치며 서로 발전한다고 한다. 그러니 물음은 가르치는 이에게 좋은 선물이며, 그 선물을 싫어하면 잘 가르칠 수 없다. 六朝(육조)의 宋(송) 劉義慶(유의경)이 편찬한 ‘世說新語(세설신어)’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