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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본 사람 없나요” 천막촌마다 피맺힌 절규

입력 | 2008-05-15 02:58:00



中지진 최대 피해지역 몐양市를 가다

전국 사망자 2만명 육박… 매몰-실종 8만명

두장옌 상류 댐 균열… 軍 2000명 긴급투입

중국 지진 발생 사흘째인 14일 인명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쓰촨(四川) 성 몐양(綿陽) 시는 임시 천막이 즐비하게 늘어선 난민촌의 모습이었다.

32년 만의 강진으로 평온한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 이재민들은 천막 속에서 추위와 공포에 떨며 연락이 두절된 가족들의 생사 여부를 챙겼다. 길가에 쳐진 천막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던 왕추이충(王翠瓊·40·여) 씨는 “여진이 아직도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어 집에 들어갈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불안해했다.

이재민이 가장 많이 모여 있다는 주저우(九洲) 체육관을 찾았다.

▽“우리 남편과 아들을 못 보았나요”=1만2000여 명의 이재민을 수용한 주저우 체육관은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체육관 밖에도 임시 천막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지만 연락이 끊긴 가족을 찾아 나선 사람들까지 몰려들어 체육관 안팎에는 약 5만 명의 사람이 북새통을 이뤘다.

베이촨(北川) 현 퉁커우(通口) 진에서 왔다는 농민 장융(張勇·43) 씨는 “여동생 3명을 아직도 찾지 못했다”며 동생들 이름을 큼지막하게 적은 골판지를 들고 다니며 천막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베이촨 현에서 온 추이훙메이(崔紅梅·27·여) 씨는 퉁퉁 부어오른 눈으로 천막촌 사람들을 붙들고 “우리 남편과 일곱 살짜리 아들을 혹시 못 보았느냐”며 묻고 다녔다.

비통한 분위기에 젖어 있던 체육관 한쪽에서 갑자기 환호가 터져 나왔다. 천위(陳玉·30) 씨 부부가 지진 피해가 극심한 베이촨에서 살아 돌아온 세 살배기 아들과 부모를 만난 것이다. 천 씨 부부는 고향 부모에게 아들을 맡겨두고 쓰촨 성 성도인 청두(成都)에서 맞벌이를 하고 있었다.

▽회사 문 닫고 이재민 돕기 나서=지진 피해를 보지 않은 주민들은 옷과 이부자리, 돗자리, 생수, 응급약품 등 구호물품을 끊임없이 가져다 날랐다. 시 중심가의 맥도널드 가게는 햄버거 전부를 이재민들이 있는 체육관으로 가져온다고 했다. 몐양사범학원 3학년 라이루잉(賴祿英·23·여) 씨는 “TV를 보고 자원봉사자가 필요할 것 같아 친구들과 나왔다”며 “너무 많은 사람이 가족을 찾지 못해 우리도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4일 이번 지진으로 인한 공식 사망자가 1만4866명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 언론사들이 개별적으로 집계한 비공식 사망자는 2만 명에 육박한다는 보도도 있다. 사망자 수에 매몰된 사람과 행방불명된 사람들까지 합치면 피해자는 10만 명이 넘는다.

두장옌(都江堰) 상류 쯔핑푸(紫坪鋪) 댐에서는 지진의 여파로 위험한 균열이 발견돼 군 병력 2000명이 긴급 투입됐다. 또 원촨(汶川) 현 주변 민장(岷江) 강 상류의 투룽(圖龍) 저수지 등 2개 저수지의 제방에도 균열이 생겨 지진에 이은 수해(水害)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몐양=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