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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맨은 제발 잊어주세요”

입력 | 2008-05-15 16:30:00


소니, 겉으론 '상표권 보호'...속으론 '낡은 이미지 없애자'

일본 소니사가 최근 자사가 개발한 휴대용 라디오·카세트플레이어 브랜드인 '워크맨'의 상표권 보호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소니는 최근 국내 언론사들에 '워크맨 상표의 올바른 사용방법에 대한 협조요청'이라는 내용증명 공문을 보내고 "'워크맨'을 '소형 오디오 플레이어' 또는 '포터블 오디오 플레이어'를 가리키는 일반명사처럼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소니는 공문에서 "워크맨 상표는 1980년 특허청에 상표권이 등록됐으며 소니사는 이 상표의 명성에 훼손을 가하거나 식별력에 희석화가 일어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쳐오고 있다"며 "최근 언론에서 '워크맨'이 소니사가 독점적으로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는 상표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포터블 오디오 플레이어를 지칭하는 보통명칭인 것처럼 인식될 수 있는 형태로 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니 측은 "일상적인 상표권 보호 활동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지만 전자, 유통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소니사가 '카세트 플레이어'를 지칭하는 '워크맨'의 낡은 이미지를 없애려 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과거 TV 오디오 명품 브랜드로 통했던 소니는 국내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TV는 LG 삼성에 뒤쳐지고 있으며 디지털 카메라는 캐논 니콘 올림푸스와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로 한때 세계 비디오 게임기 시장을 장악하는 듯 했으나 닌텐도, 엑스박스 등과 경쟁에서 좀처럼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캠코더만큼은 아직까지 '명품' 소리를 듣지만 디지털카메라의 동영상 녹화기능이 진보하면서 캠코더 구입을 위해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은 갈수록 줄고 있는 상황.

소니는 14일 2008 회계연도 결산결과 1998년 3월 이후 10년 만에 사상 최대 순이익을 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명품'을 팔아 올린 이익이 아닌 저가 정책과 감원, 생산설비 구조조정 등 비용 절감에 노력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의 소니 매장 매출도 지난해 말 30% 가량 증가했지만, 이전 실적이 워낙 저조해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상 최대 실적'은 소니로서는 모처럼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는 호재. 여세를 몰아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카세트의 '워크맨'은 소비자들 뇌리에서 잊혀지는 게 좋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용산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아직까지 매장에서 '워크맨'을 찾는 고객은 주로 고등학교, 대학교 때까지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듣고 영어공부를 하던 30대 후반 40대가 대부분"이라며 "때로는 매장 직원도 이 용어를 한번에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소니는 최근 '워크맨' 브랜드를 MP3플레이어, 휴대전화 등에 사용하고 있다. '디지털 워크맨', '워크맨폰' 등으로 기술력을 과시하려 하지만 '워크맨'이라는 브랜드는 청소년 소비자들에겐 아직 친숙하지 않고 중장년층에게는 '카세트 플레이어'라는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아이팟'에 대적할 만한 브랜드로 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테크노마트 관계자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워크맨'이 소니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워크맨을 대신한 획기적인 히트상품이 나오지 않는 한 전자상가 상인들이 소니 제품을 먼저 권하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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