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1시 반경 폭우 속에 구조 작업이 한창이던 중국 쓰촨(四川) 성 베이촨(北川) 현. 가옥의 80%가 붕괴돼 '사라진 도시'로 불리는 이곳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던 군과 자원 봉사자 수 천 명에게 갑자기 인근 고지대로 대피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이유는 '수몰' 위험이었다.
베이촨 부근을 지나는 작은 젠 강이 지진 때문에 무너져 내린 토사로 막혀 현 부근에 작은 '호수'가 형성됐는데 이 호수의 제방이 붕괴될 우려가 있었던 것이다.
중국 쓰촨 성을 강타한 대지진의 여파로 많은 댐과 저수지의 제방에 심각한 균열이 생겨 수해(水害)로 인한 '2차 재앙'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쓰촨 성 정부 조사 결과 성 안에 있는 6000여 댐과 저수지 중 803곳이 '위험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인터넷 언론 차이징왕(財經網)이 15일 보도했다. 이들 중엔 제방에 균열이 생기거나 갑문이 일부 파괴된 사례와 산사태로 인한 토사 유입으로 수위가 높아진 사례들이 포함돼 있다.
위험 수리시설 중 대형 댐은 두장옌(都江堰) 상류의 쯔핑푸(紫坪鋪) 발전댐과 산타이(山台) 현 인근의 누반(魯班) 저수지 등 2개이고, 나머지 801개는 중소형 저수지들이다.
쯔핑푸 댐 및 수력발전소는 두장옌 시에서 북쪽으로 9km 떨어진 두장옌 상류에 있다. 이번 대지진의 진앙인 원촨(汶川) 현과 경계를 이루는 곳이다. 쯔핑푸 댐은 중국 서부 대개발 10대 사업의 하나로 추진돼 2006년 완공됐으나 이번 지진으로 전기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성 수리부는 초 당 700㎡를 방류해 수위를 평소의 절반으로 낮췄다. 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2000여명의 인민해방군을 긴급 투입했다. 쯔핑푸 댐이 붕괴되면 두장옌 시는 물론 성도인 청두(成都)도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청두평야 일대의 침수도 우려된다.
충칭(重慶) 시에선 7개 현의 19개 저수지가 위험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충칭 시 수리국 한정(韓正) 부국장이 밝혔다.
이번 지진 피해지역엔 댐과 저수지가 밀집해 있어 만에 하나 수해가 발생할 경우 강진에서 겨우 살아남은 주민들이 수몰될 수도 있다.
두장옌 상류 민강의 길이는 약 340km이다. 특히 아바자치주 구간의 민강 상류에는 101개의 크고 작은 수력 발전용 댐과 저수지가 건설돼 있다. 좁은 협곡이 많은 지형적 이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번 지진에서 큰 피해를 본 마오(茂) 현과 원촨 현 간에 있는 약 100km의 민강 곳곳이 산사태와 토사유입 등으로 쉽게 물길이 막힌 것도 좁은 협곡 때문이다.
충칭교통과학연구소의 차이허쥐(柴賀軍) 연구원은 "협곡이 이어지는 지형적인 특징 때문에 상류에서 저수지가 터지면 하류에도 연쇄적으로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