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나 휴일, 세일 기간에 서울의 대형백화점 주변 도로는 차량들로 ‘차산차해(車山車海)’를 이룬다. 백화점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승용차 대열이 3, 4개 차로 중 2, 3개 차로를 차지하는 바람에 통과 차량들이 쉽게 빠져나갈 수 없다. 경음기 소리와 삿대질, 험한 말이 뒤범벅을 이룬다. 서울 중구 소공동의 롯데백화점과 인근 신세계백화점,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 및 백화점,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및 현대백화점 주변이 특히 심각하다.
▷서울시는 69개 대형건물을 ‘교통혼잡 특별관리 시설물’로 정하고, 우선 10곳에서 내년 3월부터 백화점 고객에게 혼잡통행료 4000원씩을 물리겠다고 나섰다. 올 하반기에 승용차 요일제를 시험실시해 전보다 차량이 30% 이상 줄어들지 않으면 통행료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이후 전체 69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런 특단의 대책 말고는 해당 지역 교통량을 줄일 묘책이 없다고 서울시는 판단하는 모양이다. 인터넷에서는 찬반 논쟁이 뜨겁게 불붙었다.
▷찬성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겨우 4000원이냐. 1만 원은 돼야 효과가 있다”며 더 강력한 조치를 주문했다. 반면 해당 건물들이 이미 교통유발부담금을 내고 있는데도 이중 부과하는 것은 행정편의를 우선하는 과잉 규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백화점 주변 이면도로에 불법주차가 성행하는 ‘풍선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 백화점 측은 “주로 중류층 이상인 고객들이 4000원 때문에 무거운 쇼핑백을 손에 들고 걸어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소비 활성화를 통한 경제 살리기에 반한다는 의견도 있다.
▷혼잡통행료는 사실상 징벌에 가까운, 수준 낮은 대책이라는 비판이 많다. 백화점이 고객에게 사은품으로 통행료를 보상하는 변칙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번 대책은 실효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라리 2001년 재래시장과 운수업체의 반발로 금지된 백화점 셔틀버스의 부활을 시도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 셔틀버스 규제로 재래시장과 자영업자를 살리려 한 정책은 별 효과도 없었다. 승용차 이용 고객에게 4000원을 물리는 것보다는 대중교통 이용 고객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나을 것이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