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교육의 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교육 관련 행사가 유난히 많다. 스승의 날인 15일에는 학교마다 다양한 스승의 날 행사가 열렸다.
선생님을 공경하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충만해야 할 시기에 지난해까지만 해도 촌지 문제가 거론되기 일쑤였다. 자존심이 상한 선생님들은 “그럴 바에야 차라리 스승의 날을 없애는 게 낫다”며 아예 문을 닫는 초중고교가 서울의 경우 70%를 넘었다. 이해찬 전 교육부 장관 때는 학교 정문에 ‘우리 학교는 촌지를 받지 않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어 선생님의 사기가 땅에 떨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올해는 그런 분위기가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스승의 날에 휴업하는 학교가 8.8%로 뚝 떨어져 대부분의 학교에서 정상수업을 했다. 선생님과 학생이 서로를 안아주는 프리 허그(Free Hug), 제자의 발을 씻겨 주는 세족식, 스승과 제자가 등산을 하거나 마라톤을 하는 등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졌다.
언뜻 일선 학교의 풍경은 다소 부드러워진 것처럼 보이지만 교육계에는 왠지 전운(戰雲)이 감도는 느낌이다. 4월 15일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자율화 조치를 발표한 이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반대 운동이 거세다.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은 학교를 학원으로 만드는 자율화 조치를 철회하라며 21일째 단식 농성 중이다. 조합원들은 스승의 날 점심 한 끼를 굶기도 했다. 진보 성향의 학부모와 시민단체 대표들로 구성된 ‘4·15 공교육 포기정책 반대연석회의’는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철야 단식농성으로 ‘지원’하고 있다.
전교조가 투쟁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 중에는 이탈하는 조합원들을 다잡고 12월로 예정된 위원장 선거를 의식한 계파 간의 선명성(鮮明性) 경쟁도 한몫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자율화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엮어 ‘0교시, 우열반에 미친 소 급식까지, 우리 아이들이 미칠 지경’이란 내용의 전단지를 돌리며 투쟁의 불씨를 살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당국은 17일 서울 도심에서의 촛불집회에 학생들이 대거 참석하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현행 지역교육청을 교육지원청으로 전환하고 교장공모제를 확대하려는 정책도 교원들의 최대 관심사다. 정부는 교육시스템을 선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교원들은 교육장 자리를 없애고 무자격 교장의 문호를 터줘 교단의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정책이라며 경계한다.
이처럼 사안마다 대립하고 있지만 교육계의 어느 쪽이든 무엇이 문제이고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함께 찾아보고 설득하려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김도연 교과부 장관이 취임 상견례를 겸해 교원단체 대표들을 잇달아 만났지만 살풍경만 연출됐다.
지지도가 급락한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조직과 국민 사이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며 소통의 중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소통을 뜻하는 영어 ‘communication’은 ‘관계를 가지다’ ‘공통분모를 가지다’라는 뜻의 라틴어 ‘communicare’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결국 소통은 생각이나 주장이 다르더라도 단절이 아닌 대안을 찾아보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교육을 놓고 언제까지 정치판처럼 싸울 수만은 없는 일이다. 교육계는 지금부터라도 상생의 소통에 나서주기 바란다.
이인철 교육생활부장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