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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四時事] 책 비린내에 취해 비틀!

입력 | 2008-05-16 18:15:00


J모씨의 볼로냐 도서전 탐방기 (하)

올해로 45년째인 블로냐 아동도서전은 세계 최고,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전시관은 우리나라 코엑스의 약 5배 정도 규모.


볼로냐 도서전은 한 마디로 저작권 시장이다. 우리나라 도서전처럼 책 할인판매나 유치원 꼬맹이들의 단체 행렬은 찾아 볼 수 없다. 각국의 편집자, 작가, 마케터가 참여하는 순수한 책 경매시장 겸 도매시장인 셈이다. 그러나 해마다 규모가 줄어들어 걱정이라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런던 도서전 영향이라고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볼로냐에 직접 오지 않아도 저작권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기는 씹어야 제맛! 직접 가서 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것이 볼로냐에는 분명 있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유명 출판사들의 부스들. 독특한 개성이 가득하다.

2008년 주빈국은 아르헨티나. 주빈국은 그 해 최고의 대우와 최고의 전시장을 배정받는다.

"When Cows Fly~" 이번 아르헨티나의 대표작, 일명 “소가 날 때~”.

내년 주빈국이 대한민국이라는 걸 알았을까? 이미 대한민국에서는 소가 어지럽게 날고 있다.

여기가 한국관. 2008년 한국관은 도드라진 특징과 화려함은 없다. 내년 도약을 위해 조금 움츠리고 있다고나 할까? 그러나 이런 구석진 공간까지 어떻게 알고 사람들은 찾아온다. 책이 내는 향기 때문이리라.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는 말을 실감케 한 도서출판 재미마주. 한국 전통의 이야기와 그림으로 만들어진 재미마주의 책들은 한국관 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사진 왼쪽은 재미마주 이호백 대표)

최고의 장사꾼은 누굴까? 흥정을 잘 하는 사람! 말솜씨가 좋은 사람! 눈치가 빠른 사람! 다 아니다. 최고의 마케터는 자기가 팔 상품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아닐까?

특히 북마케터는 자기 책을 꿰고 있어야 한다. 짧은 시간에 책의 컨셉과 장점을 이야기할 줄 알아야 한다. 버스는 정류장에 오래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동아북스는 (주)동아사이언스의 출판 브랜드로서 23년 전통의 잡지 역사에 비해 출판 경력은 미미한 편이다. 그러나 해외 수출은 활발한 편이어서 국위선양에 한몫(?) 하고 있다. 이러다 과학동아북스가 해외에서 더 유명해지면 어쩌지? 행복한 고민인가! ^^

빌 게이츠(사진 왼쪽)와 오프라 윈프리, 두 사람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지독한 독서광이란 점이다. 세계 최고 갑부 빌 게이츠는 ‘하버드대 졸업장보다 독서하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며 아무리 바빠도 매일 한 시간씩, 주말이면 두 시간 이상 독서를 한다고 한다.

열악한 신체조건과 성장환경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토크쇼 진행자로 성장한 오프라 윈프리 역시 알아주는 독서광. ‘독서가 내 인생을 바꾸었다’는 그녀의 말에서 올바른 독서습관이 한 인간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영화와 TV, 컴퓨터와 인터넷 등 새로운 미디어가 탄생할 때마다 늘 책은 멸종(?)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러나 책은 늘 살아남았고, 특히 책을 보는 습관은 높은 수준의 교양(high culture)이 되어 저질 문화로 얼룩진 그들만의 리그를 비웃고 있다.

당신의 자녀가 스스로 책 읽는 습관을 가졌다면 교육의 반은 성공했다고 본다. 독서습관. 그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질이자 성공의 보증수표이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의 자녀가 아침 햇살을 받으며 조용히 책을 읽고 있다면 이렇게 속삭여도 좋다. “넌 떡잎부터 달라!”

바다를 알고 싶다면 갓 잡아 올린 생선들이 펄쩍 뛰는 새벽 어시장으로 가라. 바다보다 더 넓은 세상을 만나고 싶다면 볼로냐로 가라. 책 비린내에 취해서 하루 종일 비틀거려도 좋으련.

돌아오는 길에 에메랄드 지중해를 두 눈에 담아오면 덤.

정영훈 동아사이언스 기자 yh2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