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석 달 전, 국보 1호 숭례문 전각을 방화로 잃었다. 사람들은 폐허로 변해버린 숭례문을 연일 찾으며 애통해했다. 다시는 제2의 숭례문을 만들지 말자 다짐도 했었다. 그런데 며칠 전, 북한산에 오르다 본 북한산성의 모습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초라한 모습이었다. 북한산성은 서울을 유네스코 역사도시로 지정받는 데 포함시킬 정도로 소중한 문화재다. 그런데도 그 훼손 정도는 심각했다.
북한산성 대서문 기둥은 낙서로 가득했다. 기둥 10개 중 어느 것 하나 온전한 게 없었다. 이름을 새긴 것에서부터 욕설까지 낙서의 종류도 다양했다. 올라가지 말라는 성벽에 거리낌 없이 올라가는 등산객도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누각의 나무 바닥은 등산용 신발, 아이젠에 찍혀 누더기가 돼 있었다.
북한산성이 훼손된 데에는 당국의 책임도 크다. 정자 바닥이 아이젠에 찍혀 누더기가 되고 기둥은 낙서투성이가 되는데도 출입을 금한다는 푯말이나 울타리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울타리가 있는 동장대와 대성문 두 곳은 비교적 덜 훼손됐다. 당국이 조금 신경을 써줬더라면 등산객들이 북한산성을 더 소중히 여겼을 것이다.
숭례문을 잃었을 때 우리는 낙담하고 문화유산을 소중히 여기자고 다짐했었다. 그 마음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북한산성이 이러한데 다른 문화재들의 사정은 다를까.
연지연 서울 노원구 공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