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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주영의 그림 읽기]코끼리를 들려면…

입력 | 2008-05-17 02:58:00


태국의 농촌에 한 소년이 살았습니다. 소년의 아버지는 몸집이 거대한 코끼리 한 마리와 함께 벌목장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소년의 가족들은 코끼리의 힘겨운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지요. 소년은 항상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코끼리가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코끼리를 껴안아 주거나 들어 올려서 위로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리고 왜소한 소년으로선 그런 기록적인 과부하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습니다.

소년은 무거운 목재를 매를 맞아 가며 끌고 다녀야 하는 코끼리의 고통과 시련을 끝내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어떤 방법을 강구하더라도 코끼리를 번쩍 들어 올려 위로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러자면 아무리 무거운 것을 들어도 두 팔과 다리로 거뜬하게 버틸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했습니다.

소년은 버스 터미널로 갔습니다. 그곳은 무거운 보퉁이나 가방을 든 사람들이 수시로 지나다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소년은 우선 그들의 짐짝을 목적지까지 들어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무거운 짐을 든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봉사하는 것이 소년의 일과가 되었습니다.

그 일을 1년 동안 계속한 나머지 심장과 팔다리가 눈에 띄게 튼튼해졌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나중에는 어른들도 들 수 없는 큰 짐이나 쇳덩이들도 소년이 나타나서 일 같잖게 해결해 주곤 하였습니다. 고된 사람들의 짐 들어 주기 봉사는 끝이 어딘가 싶을 정도로 계속되었고, 해를 거듭할수록 소년의 근력은 눈부실 정도로 장대해졌습니다.

드디어 태국 전역에 소문이 짜하게 퍼졌습니다. 신문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두 팔로 들어 올릴 수 있는 괴력의 소유자가 나타났다고 난리 법석이었습니다. 그래서 소년은 여러 고장으로 초청받아 들어 주기 시범을 보여 주어야 했습니다. 아무리 무거운 쇳덩이도 소년이 잡으면 너무나 손쉽게 들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우쭐거리며 뽐내거나 수고비를 챙기는 일 따위는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소년의 목적은 오직 코끼리를 들어 올려 위로해 주는 것에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숲 속에 있는 아버지의 코끼리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코끼리를 다독거려 안심시킨 다음, 배 밑으로 들어가 두 손으로 코끼리를 들어 올려 보았습니다. 물론 코끼리는 가벼운 솜덩이처럼 소년의 두 손 위로 번쩍 들어 올려졌습니다. 버스 터미널에 나가서 승객들의 가방 들어 주기를 시작한 지 10년째가 되던 날이었지요.

그 후 소년은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곡마단에 코끼리와 함께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지난날에는 코끼리가 목재를 끌어서 그 소년의 가족을 먹여 살렸으나, 이제 나이 들어 늙은 코끼리는 거대한 체구를 소년에게 의지하여 신선한 풀을 먹으며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가 김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