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 작가 다니엘 포세트
선생님은 늘 칠판 앞에 나가 수학 문제를 풀게 하신다. 칠판 앞에만 나가면 겁이 나서 숫자도 제대로 안 세어진다. 호명 당할까 봐 선생님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전전긍긍하는 소심한 소년 에르반.
누구나 한 번쯤 학교 생활에서 겪는 ‘칠판공포증’을 재미있게 다룬 스테디셀러 어린이 책 ‘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비룡소)를 쓴 프랑스 작가 다니엘 포세트(54·사진)가 내한했다. 인기 어린이책 시리즈 ‘책읽기가 좋아’의 하나로 출간된 ‘칠판…’은 지금까지 30만 부 이상 팔리며 시리즈 중 낱권으로 가장 많이 나간 작품. 원작 역시 프랑스에서도 스테디셀러다.
‘아이들의 마음을 잘 묘사하는 작가’로 꼽히는 포세트는 15일 “어른들도 누구나 마음속에 아이의 마음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내 책 대부분이 어릴 적 내 경험과 감정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프랑스령 마요트 섬에서 중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는 그는 1990년대 초 마다가스카르 섬에서 교사 생활을 할 때 우연히 알게 된 한 빈민 고아 때문에 어린이 책 작가가 됐다.
“생선에 꼬이는 파리를 쫓아주고 몇 푼씩 받아 살아가던 소년이었는데 저희 집에 데려와 몇 년간 함께 살았어요. 그 소년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1994년 데뷔작 ‘파리사냥꾼’으로 호평을 받은 그는 20여 권의 어린이 책을 내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그의 작품은 6편이 국내에 번역돼 있다.
그의 동화 중에는 학교(‘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 ‘선생님과 결혼할 테야’)나 가정(‘아빠는 바빠요’)처럼 평범한 일상에서 누구나 겪을 법한 일을 다룬 작품이 많다. 그는 “아이들에게 작은 메시지라도 전해 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쏟아지는 책 앞에서 고민하는 엄마들을 위해 좋은 어린이 책의 조건을 꼽아 달라고 하자 그는 가장 먼저 “책을 읽은 후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에게 삶의 어두운 모습을 보여 주는 동화도 있지만,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아이들로 하여금 꿈을 꿀 수 있게 해 주는 작품이 좋은 동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