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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원숭아,원숭아 어딨니?…‘동물원에서 생긴 일!’

입력 | 2008-05-17 02:58:00


◇동물원에서 생긴 일!/아르만데 게르버 글·유혜자 옮김/56쪽·9500원·주니어랜덤(초등 저학년)

동물원 한 바퀴 돌다 보면 어느새 책장 끝까지

원숭이들이 사라졌다!

장난꾸러기 알락꼬리원숭이 여덟 마리가 잠금장치를 풀고 동물원 우리에서 도망쳤단다. 동물원 어딘가에 있을 원숭이들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이 그림책은 아이들이 마치 동물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원숭이들을 찾는 느낌이 들도록 책의 앞 뒷장 순서를 뒤죽박죽 넘나들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가령 14쪽을 펼쳐보자. 매표소 직원인 카트야가 말한다. “원숭이를 찾으려면 어린이동물원에 가보는 게 어때. 그곳에는 재미있는 일이 많아. 염소를 쓰다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원숭이들이 그쪽으로 갔을지도 몰라.”

이어 책 귀퉁이에 적힌 ‘20쪽으로 가보세요’라는 안내 팻말에 따라 20쪽을 펼치면 이번엔 어린이동물원 시설관리원인 페터 아저씨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한다. “알락꼬리원숭이? 못 봤는데…. 혹시 정원에서 일하는 안드레아스 할아버지는 봤을지도 모르지. 하루 종일 밖에서 꽃들을 돌보니까 말이야.” 그 밑에 그려진 안내 팻말에 적힌 문구. ‘정원사를 찾아 16쪽으로 가보세요.’

이런 식으로 아이들은 16쪽에서 22쪽으로 갔다가 15쪽으로 되돌아오고, 다시 24쪽으로 원숭이를 찾아 이곳저곳 ‘돌아다닌다’. 마치 숨바꼭질 하듯 원숭이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사육사, 사료 영양사, 동물 해설가, 수의사, 동물원장, 종 보존 전문가, 정원사, 기념품 가게 점원까지 동물원에서 일하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나중에는 아이들이 책장을 앞으로, 뒤로 정신없이 넘기는 동안 미처 눈치 채지 못했던 숨어 있는 원숭이들의 꼬리며 머리 등을 보여 주는 ‘정답’ 난도 있다.

원숭이를 찾는 과정을 그린 전반부가 책장을 이리저리 넘겨가며 놀이하듯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면 나머지 절반은 동물과 관련된 정보를 담았다. 책의 뒷부분에는 동물원의 역사부터 동물원의 역할, 먹이에 따른 동물 분류법 등이 소개된다. 또 대륙 사슴, 몽골야생말, 유럽 들소 등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도 다뤘다.

이 그림책은 동물원이 그저 신기한 동물들을 볼 수 있는 재미있는 곳으로만 알고 있는 아이들에게 동물원은 어떤 기능을 하는지, 어떤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주말에 아이 손을 잡고 가까운 동물원으로 나들이 가보는 것도 좋겠다. 물론 그림책에서처럼 우리에서 탈출한 원숭이들을 찾아다니는 흥미진진한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