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때 만들어진 12층 석탑이 대지진 이후 윗부분이 크게 허물어진 채 외롭게 서 있다. 석탑 주변에 잘게 부스러진 잔재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사진 제공 차이나데일리
세계문화유산 ‘두장옌 유적’ 크게 파손
중국 쓰촨 성을 강타한 지진으로 인해 고대 문화유적들이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삼국시대 촉한(蜀漢)의 영토였던 쓰촨 성은 유구한 역사에 걸맞게 많은 문화 유적을 자랑하는 곳이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는 14일 지방정부 관리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이번 지진으로 명(明)나라 시대에 만들어진 32m 높이의 12층 석탑이 두 동강 나는 등 문화재 훼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난충(南充)지구에 있는 12층짜리 석탑은 이번 지진으로 허리가 부러져 6층만 남았다. 400년의 세월을 버텨왔으나 대지진의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청두(成都) 외곽 진사(金沙)박물관의 제2전시실에 있던 고대 토기 항아리들도 지진에 흔들리면서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 박물관 측은 “다행히 청동유물과 금·은·상아 장식품들은 무사했다”며 “전시실 안에 있던 주요 유물을 안전한 창고로 옮겼다”고 밝혔다.
청두 북쪽 40km 지점의 광한(廣漢) 현에 있는 산싱두이(三星堆) 박물관의 외벽 역시 훼손됐다. 아울러 박물관 2, 3층에 전시돼 있던 3000∼4000년 된 토기 20점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두장옌(都江堰) 시에선 2200여 년 전 전국시대에 건설된 농업용 대수로 ‘두장옌 유적’이 크게 파손됐다.
기원전 256년 촉(蜀)의 태수 이빙(李氷)이 아들과 함께 물살이 빠른 민강(岷江)의 수량을 조절하기 위해 축조한 두장옌 제방과 이빙 부자 등의 묘지와 사당인 이왕묘(二王廟), 도교사당인 복룡관(伏龍觀) 등을 아우르는 이 일대는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번 지진으로 이왕묘의 전각들이 대부분 크게 손상되는 등 두장옌 유적 곳곳이 부서졌지만 아직 복구작업은 엄두도 못 내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두장옌 제방 자체는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두장옌 제방 상류 5km 지점에 불과 1년 반 전에 건설된 쯔핑푸(紫坪鋪) 댐이 이번 지진으로 댐 기능을 상실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두장옌 수리시설은 아직도 5000여 km²의 토지에 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쓰촨 성 내 39개 지진 피해 지역에는 세계문화유산인 두장옌 외에 국가 중점 문화재가 49개, 지방문화재가 225개 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