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릉 땅이 구르는 듯 하더니 산이 무너지면서 집 채 만한 바위가 비 오듯 쏟아졌다. 가벼운 상처만 입고 이렇게 살아있는 게 기적이다."
중국 쓰촨(四川) 성을 뒤흔든 지진 당시 진앙인 원촨(汶川) 현에서 배낭여행을 하다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톈진외국어대 유학생 백준호(24) 씨 등 5명은 18일 청두(成都)의 김일두 총영사 관저에서 극적인 생환기를 들려주었다.
"12일 오후 2시경 원촨 현 워룽(臥龍) 판다보호구역을 관광하고 7인승 렌터카에 올라 선루프를 열어 제친 채 협곡의 자연풍광을 감상하며 잉슈(映秀) 진으로 내려갈 때였다. 우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울렁거리더니 갑자기 커다란 바위들이 굴러 떨어지고 우리가 탄 차는 3m 아래 계곡으로 굴렀다. 정신없이 빠져나와 비처럼 쏟아지는 바위들을 피해 급경사로 1~2km를 미친 듯이 내달렸다. 잠시 후 공터의 큰 바위가 나왔는데 뒤쪽에 대피해 있던 주민 3명을 보고 우리도 그곳에 숨었다. 하지만 바위가 계속 떨어지는데다 운전 기사가 생각나 다시 사고 현장으로 올라갔다."
"운전사가 운전대와 좌석에 끼여 엄청난 피를 흘리며 신음하고 있었다. 손으로 잡아끄니 피가 솟구쳐 나왔다. 운전사를 살리려고 칼로 좌석 아래 시트를 잘라냈지만 도저히 꺼낼 수 가 없었다. 바위가 계속 굴러 떨어지는 와중에 운전사를 살리려고 2시간 동안 사투를 벌였지만 운전사가 의식을 잃은 데다 이러다가는 우리도 모두 죽겠다는 생각에 다시 바위를 피해 산길을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 어떻게 주민들에게 발견됐나.
"산 위로 오른 지 30분 정도 지났는데 반대쪽에서 주민들이 불렀다. 징검다리를 건너니 수력발전용 댐 옆의 동굴에 주민들 15명이 대피 중이었다. 저녁이 돼 추워지자 붕괴된 폐가를 찾아 들어갔는데 여진으로 집이 무너지는 바람에 급하게 빠져 나왔다. 그때 머리를 다쳤다."
- 구조대에 발견된 경위는.
- 그동안 먹을 것은 어떻게 해결했나.
"처음 만난 주민들이 2박3일간 쌀죽을 줬고, 탈출 과정에서 만난 중국인들도 먹을 것을 줬다. 잉슈 진의 무장경찰 구조대는 우리를 보자마자 음료수와 컵라면 등 먹을 것과 치료약을 한 아름 안겨줬다. 이재민이 하도 많아 배를 타기도 어려웠는데 현지 구조부대 지도자로 보이는 간부가 3명의 병사를 도우미로 붙여주고 먼저 배를 탈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백 씨는 "앞으로 119 구조대에 자원해 생명을 구해준 분들께 보답하고 싶다"며 구조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 고마움을 표시한 뒤 "그동안 산을 좋아했지만 앞으로는 절대 산에 오르고 싶지 않다"고 진저리를 쳤다. 백 씨 등은 이날 오전 톈진외국어대에서 청두로 날아온 조선족 교수와 휴식을 취한 뒤 이날 밤 항공편으로 톈진으로 돌아갔다.
청두=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