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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處滿常憚溢, 居高本慮傾

입력 | 2008-05-19 03:01:00


處(처)는 머물다 또는 멈추다의 본뜻을 가졌다. 居(거)는 다리를 굽혀 걸터앉은 것을 나타낸 상형자로, 자리하다 또는 거주하거나 점거하다의 뜻이다. 處(처)와 居(거)는 앞뒤로 짝이 되어 머물거나 차지함을 뜻한다. 滿(만)은 가득 차다 또는 만족하다의 뜻이다. 憚(탄)은 꺼리다 또는 두려워하다의 뜻으로 忌憚(기탄)은 걱정스럽고 두려워 꺼림을 뜻한다.

溢(일)은 넘치다 또는 정도가 지나치다의 뜻이다. 오른쪽의 益(익)은 그릇인 皿(명) 위에 변형된 水(수)를 더해 그릇에 물이 넘치는 것을 나타낸 것으로 溢(일)의 발음 요소인 동시에 원래의 글자이다. 그런 益(익)이 주로 이롭다 또는 더하다의 뜻으로 쓰이면서 그 원래 의미를 새로 만든 溢(일)에 넘긴 것이다.

慮(려)는 思慮(사려)나 念慮(염려)처럼 생각하다 또는 근심하다의 뜻이다. 傾(경)은 기울어지거나 무너지다 또는 뒤집히거나 망하다의 뜻이다. 오른쪽의 頃(경)은 기울어짐의 뜻이 있는 匕(비)와 머리인 頁(혈)이 모여 머리가 기울어진 것을 뜻한다. 傾聽(경청)은 귀를 기울여 들음이고, 傾注(경주)는 물 따위를 기울여 쏟는 것으로 비가 퍼붓듯 옴 또는 힘이나 정신을 한곳에만 기울임을 의미한다.

만족스러운 처지나 높은 자리에선 넘쳐나고 무너져 내리지는 않을까 늘 염려하고 대비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 세상 이치는 차면 넘치고 올라가면 떨어지기 마련으로, 극성한 상태를 유지하기는 그것을 얻기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다. 唐(당) 陳子昻(진자앙)의 ‘座右銘(좌우명)’에 보인다.

그런데 쓰나미와 사이클론과 대지진은, 도대체 그곳에 무슨 가득 참과 높음이 있다고, 온통 넘치고 날리고 무너뜨려 처참한 대재앙을 부르는가. 미약한 인력을 상대로!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