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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지명훈]충남도 러 투자유치는 현대車 파업 덕분?

입력 | 2008-05-19 03:01:00


13일 오후 5시(현지 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주 타간로크 시 DI(Doninvest) 그룹의 타가즈 자동차 공장.

이완구 충남지사와 신준희 보령시장 일행이 자동차 생산라인으로 들어섰다. 쏘나타 베르나 액센트 같은 익숙한 차종이 하나씩 완성품으로 변했다.

기자가 얼마 전 방문했던 현대자동차 아산공장과 다른 점이라면 자동차가 옛 모델이고 자동화율이 다소 떨어지는 정도.

DI그룹은 현대자동차의 옛 모델을 볼트 하나까지 부품 상태로 수입해 조립한 뒤 러시아 시장에 팔고 있다. 올해 목표는 14만 대.

충남 보령시에 자동차 부품공장을 건립하려고 65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충남도 및 보령시와 체결했다.

부품공장을 한국에 건립하기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 DI그룹 관계자는 “지난해를 포함해 매년 현대자동차의 파업으로 엔진 공급이 끊겨 자동차 생산이 중단됐었다. 이번 투자는 안정적인 자동차 부품 조달을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DI그룹은 보령에 세울 자동차 부품공장이 파업의 소용돌이에 휩싸이지 않을지 걱정하는 눈치였다.

미하일 파라모노프 DI그룹 회장은 “현재 대부분의 러시아 기업에는 노조가 없고 노사협의회 정도만 있다. 기업은 노조가 있는 지역에서 사업하기를 꺼린다”고 말했다.

이 그룹은 한국 내 공장을 통해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기술력을 확보해 장기적으로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가진 완성차를 만들 계획이다.

러시아 기업인들은 “최근 러시아가 자원 부국으로 급부상하면서 해외 시장에 대한 투자에 목말라 있다”고 전했다.

“우리가 아직 허리띠를 풀어 놓을 때가 아닌데….”

사상 최대 금액의 제조업 분야 외자를 유치한 이완구 충남지사는 “러시아의 넘쳐나는 자본을 유치하려면 우리 스스로 (기업을 돕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지명훈 사회부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