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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살아 남으면 꼭 기억해다오, 내가 널 사랑했다고”

입력 | 2008-05-19 18:08:00


"사랑하는 나의 보배야, 만약 네가 살아남으면 꼭 기억해다오, 내가 널 사랑했다고."

중국 쓰촨(四川) 성 베이촨(北川)의 무너진 가옥에서 생존자 구조 작업을 벌이던 구조대원들은 13일 포대기에 싼 아이를 품에 안고 엎드려 있는 여성의 시신을 발견했다.

죽은 엄마의 품에 안겨있던 젖먹이는 숨을 쉬고 있었다. 서둘러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가던 의료진은 포대기 안에서 휴대전화를 발견했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이 한 줄의 문자 메시지가 떠 있었다. 의사들은 이 메시지를 보는 순간 왈칵 논물을 쏟고 말았다고 19일 신화통신은 전했다.

지진 피해 생존자들에 대한 구조작업이 진행되면서 생명이 끝나는 순간까지 자식을 지켜낸 모정(母情)들이 감동을 주고 있다.

같은 날 두장옌(都江堰) 시의 한 무너진 주택가. 구조 활동을 벌이던 10여명의 구조대원들은 한 여성의 시신 앞에 갑자기 얼어붙었다. 젊은 여성이 윗옷을 머리 위로 벗어 흙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덮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생후 백일 가량 된 딸아이를 안고 숨져 있었던 것. 아이는 불그스레한 얼굴로 죽은 엄마의 젖꼭지를 물고 있었다. 구조 작업에 참여했던 산부인과 의사는 신화통신에 "젖먹이 엄마는 자기가 죽더라도 얼마 동안은 아이가 젖을 먹고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18일 쓰촨신원왕(四川新聞網)에 따르면 안(安) 현에 사는 위안파가오(袁發高) 씨는 지진으로 무너진 집을 향해 목청껏 아내 허만만(何滿滿) 씨와 두 돌배기 어린 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놀랍게도 폐허 속에서 "빨리 와서 우리 아기 좀 구해줘요. 아파요"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조대원들이 폐허 더미를 들춰내기 시작했고 위안 씨는 계속 아내의 이름을 불러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내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구조작업을 벌인 지 1시간 반 정도 지나 모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내는 척추뼈가 으스러져 죽었지만 품 속의 아이는 가벼운 찰과상만 입은 채 살아 있었다. 구조대원들은 "척추뼈와 모정이 기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14일 베이촨 현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젊은 부부는 얼굴을 마주보고 서로의 어깨에 손을 올려 두 사람 사이에 '생명의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머리위로 덮쳐오는 시멘트 더미를 막아내 세 돌배기 딸의 목숨을 지켜냈다.

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