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최종적인 성격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는 어떻게 길러지느냐에 따라 좌우됩니다. 어떤 부모를 만나고 어떤 환경에서 누구와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느냐가 결국 그 사람의 미래를 결정짓게 된다는 말입니다.”》
요즘처럼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을 때도 없다. 자녀교육 서적을 한두 권쯤 꼭 읽는 사람이 많다. 자녀를 가르치는 지혜로운 해법이 책에 있진 않을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 책은 아이를 훌륭하게 키워낸 경험담이나 양육법(skill) 설명에 그친다. 이와 달리 이 책은 저자의 40여 년간 임상 경험과 최신 두뇌과학을 바탕으로 자녀교육에 접근한다.
저자는 미국에서 정신과 및 소아정신과 전문의로 활동하다 한국에 돌아와 국내 소아정신과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다. 스스로도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사는 사람’이라 소개한다.
이 책은 크게 3장으로 구성돼 있다. 부모 자신에 대한 성찰과 아이의 성장 과정에 대한 과학적 이해, 자녀를 키우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명쾌한 강의 느낌을 살린 책이 가장 중점에 두는 것은 ‘행복한 자녀 만들기’다. 여기서 행복한 자녀란 혼자 있거나, 다른 사람과 있거나, 언제나 ‘마음이 편한’ 아이다. 마음이 편해야 다른 사람과도 잘 어울린다. 그런 아이들이 학습능력도 높고 성공할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애착 이론’이다. 영국 정신분석학자인 J M 볼비가 설명하는 애착은 사랑하는 대상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려는 것이다. 볼비는 이를 안정 애착과 불안정 애착으로 나눠 설명한다.
안정 애착을 지닌 부모는 자녀의 생각과 느낌에 공감하고, 욕구를 민감하게 파악하여 적절하게 반응한다. 반대로 부모가 불안정 애착 성향이면 정신적 보살핌을 제공하지 못해 아이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다. 이는 대물림 성격이 강해 안정 애착 부모 밑에서는 자녀도 안정 애착 성향을 보이며, 불안정 애착도 마찬가지다.
자녀의 성장 과정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의 뇌를 비롯한 신체기관은 완성된 상태로 태어나지 않는다. 즉 주위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발달한다. 부모에게서 풍부하고 좋은 자극을 받으면 신체 기관도 놀라울 정도로 잘 발달한다. 이 때문에 특히 뇌 성장기의 자녀에게 육체적 정서적으로 어떤 자극을 주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꼼꼼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
책에서 제시하는 ‘행복한 아이로 키우는 10가지 덕목’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부모와 자녀가 서로 다른 존재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진 존재임을 전제로 할 때 서로의 생각과 감정도 존중하게 된다. 다만 아이가 만 3세 이전에는 주 양육자를 바꾸지 말라는 대목은 맞벌이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의 양보다 질이 더욱 중요함을 잊지 말자.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놀이공원을 가거나 여행을 가는 것도 자녀교육에 도움이 된다. 여기에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책을 읽는다면 ‘충분히 좋은 부모’가 될 확률은 높아진다. ‘아이를 잘…’은 이를 위한 발걸음에 힘을 실어주는 책이다.
전은미 글로리병원 정신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