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해수면 상승으로 사이클론 위력”… 미얀마 등 잇단 타격
“해수면 상승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아시아의 가난한 국가들이 될 것이다.”
호주 시드니의 로우드연구소는 2006년 6월 발표한 지구온난화에 관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환경과의 싸움에서 인간이 승리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암울한 경고를 덧붙였다.
이 보고서가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꼽은 방글라데시에선 이듬해인 2007년 11월 사이클론의 습격으로 3300여 명이 사망했다.
같은 달 그린피스 등 세계 35개 환경단체는 공동으로 ‘아시아가 사라진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 역시 “지구온난화에 따른 예측 불가능한 기후와 해수면 상승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그로부터 반년 뒤인 5월 미얀마를 강타한 사이클론 ‘나르기스’는 10만 명 이상의 사망자와 10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다.
각종 기후변화 관련 보고서들이 예견해온 ‘대재앙의 시나리오’는 이처럼 하나씩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피해지로 늘 언급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는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집중돼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반면 지구온난화를 가져오는 온실가스의 3분의 2는 미국과 서구 선진국에서 배출된다.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헨리 밀러 박사는 지난해 4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타이타닉호에서 값싼 선실을 이용했던 승객들이 가장 많이 희생됐던 것처럼, 지구온난화 과정에서도 이 같은 불평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환경단체들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도 “기후변화 재난을 막는 유일한 대안은 부유한 국가들이 ‘사치스러운’ 온실가스 배출량을 극적으로 줄임으로써 가난한 국가들의 ‘생존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이 재난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선진국들의 태도에는 큰 변화가 없다.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미국 등의 반대로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관련기사]“지구가 난폭해졌다” 지진-폭풍 등 재해 갈수록 대형화
[동영상]차마 눈뜨고는 못 볼 미얀마 어린이들의 시신 (19금)
[화보]중국 대지진…진앙지 쓰촨성 원찬 참사 현장
[화보]쑥대밭된 ‘미얀마’…사이클론 피해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