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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나는 ‘시’ 권하는 시인…시시때때 대중곁으로

입력 | 2008-05-20 08:26:00


“초조한 지하철 단 1분 40초라도 시가 흐르면 위안받을 수 있겠지”

“햇볕 한 줌 앞에서도 솔직하게 살자. 어둠 속에서도 제대로 살자. 숱한 맹세 다 버리고 단 한 발짝을 사는 것처럼 살자.”

도종환(53) 시인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이정열의 ‘오늘 하루’라는 경쾌한 노래가 흐른다.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시, 활력이 되는 노래와 글이 그의 홈페이지(http://poem.cbart.org)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시를 통해 피곤한 일상에서 위안을 얻기를 바란다. 지난해는 30여만 명의 독자들에게 시배달 문학집배원을 맡아 시를 배달했고, 현재 프레시안 인터넷 신문에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를 연재하며 독자들에게 따뜻한 감성을 선물하고 있다.

도종환은 누구보다 독자 가까이에서 시사랑을 전파하는 시인이다. 그가 사무총장으로 일하는 ‘한국작가회의’ 서울 마포사무실에서 시인 도종환을 만났다. 한국작가회의는 황석영, 조정래, 현기영, 정호승, 백낙청 등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문인들이 소속돼 참다운 민족문학을 찾는 단체다.

- 일반인에게 시를 추천할 때 ‘좋은 시’의 선택 기준은…

“우선은 시의 내용이 독자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이어야 한다. 문학적 완성도도 높고, 계절과 그 달에 맞는 분위기를 찾는다. 쉽다기보다는 읽기에 편한 시이고, 위안이나 공감이 될 만한 시이다. 너무 어렵거나 이해하기 힘들거나 전문 평론가가 읽을 만한 시는 빼고, 누구나 다 읽을 수 있는 시를 고른다.”

- 시 대중화작업을 하게 된 계기는…

“시골학교에 있을 때 아이들이 일주일 한 편씩 시를 읽길 바랐다. 월요일마다 시 배달을 했는데, 아이들뿐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하고 싶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해 일주일에 한번씩 국민운동으로 시 배달을 한 게 이번에 서울지하철 서비스로도 이어졌다. 지하철을 타면 사람들이 대개는 침묵하고 긴장하고 지쳐있다. ‘소매치기라도 당하지 않을까’ ‘성추행 하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어쩌나’, 모두들 긴장하고 초초해한다. 이 때 1분 40초라도 시가 흐르면 그 시를 보고 편안하게 위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 시 대중화 작업은…

“대중 속으로 파고들어가는 게 필요하다. 생활하다 시를 만나고 그렇게 확산되는 거다. 교보 문고 앞에서도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읽을 수 있고, 지하철에서도 읽을 수 있다. 저번에 조치원의 고등학교 강연에 들렀다가 그 날 학교 전자 광고판에서 시를 읽었다. ‘혼자서만 생각하다 날이 저물어 당신은 모르는 채 돌아갑니다’라는 내 시 구절(혼자사랑)이 흐르고 있었다. 그 구절을 보면서 긴장도 사라졌고, 학부모와 아이들도 그랬을 것이다. 남미나 호주, 남극 등 국외에서 우리 시를 볼 수 있는 작업도 하고 싶다.”

-교사일 때 학생들에게 강조했던 덕목은…

“창의력이다. 학생들의 창의력 싹이 죽지 않고, 감수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아이들이 닫힌 교실 안에서 생활하기보다 학교 바깥에서 자유롭게 배울 게 많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한 달에 한 번 전 교과 선생님이 같이 밖으로 나갔다. 학교 주변에 오래된 돌다리가 있었는데, 거기 가서 돌다리에 대한 전설도 얘기해줬다. 과학 선생님은 그 돌로 실험해보고 과제물도 주고, 학생들은 사진도 찍고. 리포트도 쓰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갔다.”

- 비싼 문화 공연이 늘어났다. 일상에서 쉽게 문화를 즐기려면…

“문화가 상품이 돼 가고 있고, 문화 자체도 자본주의 질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러다보니 비싼 공연이 늘어나고 공연들을 볼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문화가 그 갈등을 해결해줘야 하는데 그 갈등을 심화시키는 측면이 없지 않다. 그렇지만 문화적 욕구를 ‘돈이 없어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없다. 돈이 많아도 고급 술집에 가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면서 문화생활 없이 사는 사람도 많다. 돈이 없더라도 좋은 영화를 본다든가 음반을 듣는다거나, 책을 읽는다든가 , 역사 답사 기행을 간다든가 문화적 욕구를 채울 다양한 방법이 있다. 관심을 넓히면 된다.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삶의 흐름 속에서 문화적 욕구를 배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문화콘텐츠는 상당히 많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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