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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 빼앗아간 어린 청춘의 꿈

입력 | 2008-05-20 21:25:00



"모든 것이 한 편의 악몽 같다. 기쁨과 웃음으로 가득 찼던 교정은 한 번의 '펑'하는 울림과 함께 연기와 먼지 속으로 사라졌다. 불과 몇 분전까지 웃고 떠들던 친구를 그림자도 볼 수 없게 됐다.

우리가 함께 재잘거리며 품었던 미래의 꿈을 친구가 천당에서나마 계속 키우도록 기도하는 것 외에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것이 너무나 슬프다. 가슴을 칼로 도려내는 듯이 아프다." (양즈쥔·楊治君·고 2)

이번 쓰촨(四川) 성 대지진에서 북부 베이촨(北川) 현의 베이촨중학(한국의 중고교에 해당)은 전체 2900여명의 학생과 교사 중 1300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큰 인명피해를 입었다. 살아남은 학생들은 먼저 간 친구나 선생님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글에 담았고, 소후(索狐) 런민왕(人民網) 등 인터넷에 그들의 글이 소개되면서 중국 누리꾼들을 울리고 있다.

꽃봉오리처럼 피어나던 청소년들의 꿈이 갑작스런 대참사로 어떻게 무너져 내렸는지 이 글들에는 생생히 담겨 있다.

"수업 시간에 한 바탕 격렬한 흔들림이 일자 선생님이 "밖으로 나가"라고 외쳤다. 선생님이 교실 문에 서서 학생들을 내보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교실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나는 책상 밑으로 피했다…. 잔해에서 겨우 운동장으로 빠져 나왔을 때 얼마나 큰 일이 벌어졌는지를 실감했다. 많은 친구와 선생님이 아직 건물 잔해 밑에 묻혀 있는 것을 알고는 그제야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펑스자·馮思佳·중 2)

중학교 3학년인 리쉐페이(李雪飛)는 친구를 앗아간 지진을 '무정한 악마'로 표현했다.

"수업 시작 몇 분 후 교실이 흔들리자 우루루 밖으로 뛰어나갔다. 복도 바닥이 들려 일어나면서 나는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몇 초 후 코로 가득 흙먼지가 들어오고 육중한 무엇인가가 다리를 누르는 것을 느꼈다. "사신(死神)이 나를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무너진 더미를 빠져나오니 학교가 피비린내로 가득찼다. 지진이란 악마는 얼마나 무정한가."

고등학교 1학년 자궈웨이(賈國偉)는 한 번의 지진으로 세상이 달라졌다고 썼다.

"가벼운 진동이 일었다. 예전에도 베이촨에는 작은 지진이 난 적이 있어 곧 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격렬한 요동 후 교실의 의자가 넘어졌다. 천장도 떨어져 내렸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나는 아직 어리고 다하지 못한 일도 많고, 부모에게 효도도 해야 하고, 이루고 싶은 꿈도 있는데…. 이런 것들이 내가 반드시 살아남아야 할 이유라고 생각했다…. 1시간 반 가량 지나 구조되어 나왔을 때 세상은 전혀 다른 세상으로 변해 있었다."

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