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OO지역 최고기온 △도…” 폭염특보제 내달 첫 시행
“내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지역에 찌는 듯한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폭염주의보를 발령하오니 노약자는 가급적 외출을 피하시기 바랍니다.”
다음 달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인터넷과 방송매체를 통해 이런 뉴스가 심심찮게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폭염특보제는 여름철 무더위 피해를 예방하도록 기상청이 처음 도입한 제도.
▽하루 전 오후 5시 당일 오전 5시 발령=기온과 습도가 복합된 무더위 때문에 받는 ‘열적 스트레스’를 수치로 나타낸 ‘열지수’와 ‘하루 최고기온’을 기준으로 발령한다.
낮은 단계인 ‘폭염주의보’는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이고 열지수가 최고 32도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폭염경보’는 최고기온이 35도 이상, 열지수가 41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이어질 것으로 판단될 때 발령한다.
다른 기상특보와 마찬가지로 기상청 웹사이트(www.kma.go.kr)와 방송매체를 통해 알린다.
기상청 예보정책과 관계자는 “폭염이 예상되는 날 하루 전 오후 5시 또는 당일 오전 5시에 발령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9월 시범 운영한 결과 3개월 동안 34회(주의보 26회, 경보 8회)의 폭염특보가 발령됐다.
8월이 22회(주의보 16회, 경보 6회)로 가장 많았다. 7월에는 12회(주의보 10회, 경보 2회) 발령됐다. 9월은 하루도 없었다.
지역별로는 대구가 7회(주의보 4회, 경보 3회)로 가장 많이 발령됐다. 서울의 경우 8월 16일과 20일 폭염주의보가 나왔다.
기상청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 정식 시행에서는 시기를 한 달 앞당겼다. 1973∼2006년의 6월 날씨를 분석한 결과 폭염주의보 기준을 넘어선 날이 평균 1.5일로 나왔다.
▽노인들 외출 삼가고 복장 신경써야=기상청은 폭염을 최근 가장 심각하게 대두되는 기상재해 중 하나로 판단하고 있다.
2003년 유럽에서는 폭염 때문에 3만5000여 명이 숨졌다. 말 그대로 대재앙이었다.
미국에서는 1995년 7월 닷새 동안 시카고에서 폭염으로 600여 명이 숨지는 등 해마다 평균 170여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에서도 1994년 여름 서울에서 80여 명이 폭염 때문에 사망했다. 외국과 국내 모두 희생자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기상청이 폭염특보제를 정식으로 도입하고 운영시기를 6월로 앞당긴 이유는 국내 노인인구(65세 이상)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현재 한국의 고령자는 438만 명이다. 2050년이 되면 1579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3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은 폭염이나 한파 등 급격한 환경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므로 더위와 추위가 심할 때는 외출을 삼가거나 복장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서울대 의대 조비룡(가정의학과) 교수는 “나이가 들면 체온이나 혈압, 맥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항상성이 떨어진다. 더울 때는 가급적 외출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